2년 전 통일 앞당기자던 약속은 어디갔나
▲ 監(감)은 눈(臣)을 뜨고 대야(_皿)에 비친 자신(人)을 바라보는(_) 모습이다. / 그림=소헌

 

열 번째 조선의 임금 연산군은 무오사화(戊午史禍)를 일으켜 많은 신진 사류士類와 생모 윤씨의 폐비에 찬성했던 수십 명을 살해했다. 그는 경연을 없애고 언론3사(司) 중 하나인 사간원을 폐지하였다. 후궁들 간의 질투와 음모 그리고 사사로운 복수와 당쟁으로 연루된 갑자사화(甲子士禍)로 인해 민중의 삶은 피폐해졌으니, 그의 비정(秕政_쭉정이 정치)은 극에 달하여 결국 중종반정에 의해 폐왕이 되었다. 하기야 연산도 처음부터 그러려고 하진 않았을 터. “연 위에 높직이 앉으신 상감上監 연산의 용안龍顔을 우러러 뵙는 백성들은 장차 이 상감이 무한히 어진 정사를 자기들에게 끼치려니 하고 감격의 눈물을 머금었다” (박종화 <금삼의 피>).

 

상감망건(上監網巾) 상감님 망건 살 돈으로 술 사 먹는다. 감히 손댈 수 없는 임금의 망건 살 돈조차도 우선 술 사먹는다는 뜻으로, 나중에 어떤 벌을 받을지라도 우선 급한 것부터 해결하여야 하겠다고 단정하여 이르는 말이다. 성남시청 내 구름다리로 연결된 타부서에 다녀온 뒤 출장비를 타먹은 공무원들은 좀팽이에 불과하다. 거대한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기 위해 ‘꼼수제명’한 이후 이중으로 편취한 세금이 무려 208억이다.

 

監 감 [보다 / 살피다 / 감옥]

①臣(신)의 유래는 밝지 않다. 전쟁에서 잡힌 포로가 노예가 된 후 무릎을 꿇은 비굴한 눈(目)이다. 지배자는 그들 중에서 충성을 맹세한 자를 가려서 신하(臣신)로 삼은 것이다. ②臥(엎드릴 와)는 임금(人) 옆에서 신하(臣)가 바닥에 엎드려서 눈을 깔고 있는 모습이다. ③監(살필 감)은 ‘감옥’이라는 뜻도 있는데, 포로나 죄수를 그물(皿) 같은 감옥에 잡아넣은 후에 관리들(臣+人)로 하여금 살펴보게(_) 하는 것이다. 엎드려(臥와) 있는 자들은 모두 피(血혈)를 흘리고 있다. ③監(볼 감)은 눈(臣)을 뜨고 대야(_皿그릇 명)에 비친 자신(人)의 얼굴을 바라보는(_)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기도 하다. ④나중에는 청동(金)으로 거울(鑑감)을 만들었다.

 

査 사 [조사하다 / 사실대로]

①_且(또 차)는 원래 고기를 다지는 ‘도마’나 제사상에 놓은 ‘위패’ 또는 ‘비석’을 뜻하는 글자다. 그러다가 ‘장차’나 ‘만일’ 등으로 변했기에 俎(도마 조)를 새로 만들었다. ②조상(祖조)에게 제사(示시)를 지낼 때는 위패(且조)를 세워야 한다. ③査(사)는 처음에 도마(且)를 닮은 ‘뗏목’이라는 뜻으로 썼다. 뗏목을 만들기 위한 좋은 나무(木)를 구하려면 먼저 조사(査사)를 잘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프랑스 광란 해변의 여자’와 ‘급한 여자’ 등 n번방에서나 나올 법한 불법음란물을 국정감사監査 자료라고 제출했다니 헛웃음만 나온다. 정부의 공직기강이 이토록 해이解弛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을 감사하는 의원들의 행태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조국과 추미애로 잇는 정쟁으로 날 새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코로나 이후 직면한 국제정세에 대비해야 한다.

 

며칠 내 있었던 두 정상의 연설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 조선로동당 75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켜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겠다고 했다. 이에 반해 문 대통령은 지난 67년간 한미 양국은 평화_안보_경제동맹으로 발전했다면서 종전선언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고 주문했다. 2년 전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여 통일을 앞당기자”라고 한 굳은 약속은 허황된 꿈이었단 말인가?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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