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생각나는 슴슴한 매력 … 계절이 따로 있으랴

 

순수한 맛, 예술의 본질을 보는 듯

▲ 복합문화공간 서담재 이애정 대표가 메밀면 요리 전문점 '강선생의 냉면 막국수'를 찾았다.
▲ 복합문화공간 서담재 이애정 대표가 메밀면 요리 전문점 '강선생의 냉면 막국수'를 찾았다.

 

 

“서담재는 글(서·書)과 이야기(담·談)가 있는 곳이에요. 미술이나 사진 등 전시를 주로하고 있지만, 독서모임, 인문학강연, 작은 음악회, 생활문화프로그램 등 역사가 깃든 공간에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게스트룸에서 문화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지요.”

인천 자유공원 자락에 있는 서담재(書談齋)의 이애정 관장이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100% 메밀면으로 유명한 '강선생의 냉면 막국수'를 찾아 문화, 예술과 요리, 음식의 순수성과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담재(書談齋)는 1935년 지어진 적산가옥이에요. 2014년 당시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던 주택을 매입하여, 주택의 외관과 구조는 최대한 보존하고 내부공간은 문화활동과 주거가 동시에 가능하도록 리모델링하여 2015년 10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했지요.”

이 관장은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로 신명여고를 나와 이화여대에서 역사교육과 인천대에서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했다. “동갑인 남편이 미국 유학기간 같이 갔던 7년여를 제외하고 계속 인천에서 살고 있어요. 2004년부터 독서문화보급과 마을독서동아리양성, 문화 소외지역의 작은도서관 설립 등에 관심이 있어서 중구 꿈나래도서관 관장으로 봉사도 했어요. 서담재도 책 읽는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사랑방과 인문학과 예술을 접목한 갤러리로 열게 됐지요.”

서담재는 개관 후 매달 1회꼴로 1년에 10여 회 정도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주로 유명작가를 초대하는 개인전을 열지만, 단체전과 인천지역의 기획전도 갖는다. “서담재의 작가 선정은 인천 출신 작가와 다른 지역 작가의 전시를 비슷한 비율로 진행하고 있어요. 다른 지역 작가는 인천지역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적이 없는 작가를 주로 섭외하여 인천시민에게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려고 해요. 작가 섭외는 관장의 추천, 서담재 운영위원회원 추천, 전시하셨던 작가님들의 추천 등으로 이루어지며, 최종 결정은 운영위원회의를 통해 결정하지요.”

이 관장은 지난해 진행했던 '나만의 책만들기 프로그램' 운영 결과물 발표전시를 의미있는 전시로 꼽았다. “20대부터 80대까지 10명의 참가자가 5개월간 직접 쓰고 그린 글과 그림으로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어내고, 책 속의 그림 2~3점씩 액자에 끼워 책과 함께 전시장에 걸었는데, 로망으로만 생각해왔던 작가의 꿈을 잠시나마 이루어보는 기회를 드렸다는 뿌듯함과 문화사랑방 서담재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서담재도 코로나로 인해 예정된 전시를 취소하거나 미루게 되어 올해는 4번의 전시밖에 개최를 못했다. 현재 도예가 신정순 작가의 생활도예소품전 '꽃 그릇에 가을을 담다'가 10일까지 열리고 13일부터 코로나로 미뤄왔던 김영규 초대개인전 '거친 붓질, 그리고 원색'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서담재는 아름다운 공간과 다양한 문화예술의 향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인천의 보석 같은 문화사랑방으로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보통 예술인들이 자존심과 독창성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100% 메밀면을 고집하는 강이수 대표의 신념이 공통된 면이 있는 것 같네요.”

 


 

- 그 집 이야기

10년 연구 끝에 탄생시킨 100% 순 메밀면

 

▲ '강선생의 냉면 막국수'의 강이수 대표는 100% 메밀을 직접 반죽하고 있다.
▲ '강선생의 냉면 막국수'의 강이수 대표는 100% 메밀을 직접 반죽하고 있다.

 

 

“100% 순 메밀로 반죽해서 면을 만드는 일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요. 찰기가 적은 메밀의 속성 때문에 반죽해도 자꾸 끊어지곤 했죠. 메밀을 바꾸기도 하고, 반죽하는 방식을 바꾸기도 하며 시행착오 끝에 얻은 비법이 얼음물 반죽이에요. 차가운 물로 반죽한 뒤 면을 뽑아 곧바로 뜨거운 물에 면을 삷으면 이틀이 지나도 붇지 않고 탱탱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청라고 정문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100% 순 메밀면을 사용하는 면요리 전문점 '강선생의 냉면 막국수'의 강이수 대표는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20년 넘게 고기집과 함흥냉면집을 운영하다 2012년 이곳에 자리 잡으며 인천과 인연을 맺게 됐다.

“아버님이 함경북도 출신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함흥냉면을 했죠. 처음에는 면을 납품받기도 했고 유명 냉면집 레시피를 따라 하기도 했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과 '100% 메밀면은 만들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면에 미치고 메밀에 미쳐 100% 메밀로만 반죽을 성공하는데 10년 정도 걸렸어요. 또 인천에는 실향민들이 많아 이북음식 맛에 익숙할거고 순수정통면을 찾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가능성을 보고 이곳에 오게됐지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강 대표가 요리를 하게되고 천연재료만 고집하게된 계기는 어릴적 백혈병 판정을 받은 딸이 치료를 위한 식이요법을 하면서부터다. “딸은 완치판정을 받았지만 화학조미료를 먹으면 안되니까 농약을 전혀 쓰지 않은 천연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저만의 비법이 생겨 차별화가 됐지요. 지금은 딸이 아빠를 이어받아서 그런지 요리에 소질이 있어서 요리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도 했어요.”

강 대표는 면의 장인, 즉 '면장'으로 불린다. 7년 전에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한 '인천 i-셰프를 찾아라'에서는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호텔 주방장들이고 개인출전은 혼자였는데 어복쟁반과 메밀샐러드 요리로 은상과 서구 음식문화축제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메밀 연구를 위해 일본의 오래된 메밀국수집을 직접 찾아가 맛을 보기도 했는데 일본의 유명 소바집도 메밀 70%정도였어요. 일본에서는 100% 메밀면은 면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 두껍게 면을 뽑기 때문에 질기게 되죠. 우리 집에는 일본 손님들이 오면 가는 면을 보고 '어떻게 순면을 이렇게 얇게 뽑느냐'며 놀라곤하지요.”

이 집은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잘 알려져있다. 또 인천은 물론 서울과 일산이 가까워서 순수 메밀면을 맛보러 오는 손님도 많다. “로커 김종서와 개그맨 지상열은 평양냉면 마니아로 한 때 일주일이 멀다하고 왔어요. 최근에는 개그맨 김구라가 자주 오지요. 일반 손님들은 주말 등 정해진 요일에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오셔서 즐겨 찾는 면과 만두를 드세요. ”

'강선생의 냉면 막국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는 음식점 위생등급 평가에서 '매우 우수'인 별3개를 받은 정도로 위생과 청결은 보장받았다. 4인석 테이블이 17개 있고 건물 주변도로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032-576-3939

 


 

-그 집 추천메뉴

 

한우사골로 우려낸 맑은 육수에 금방 뽑은 면 풍덩 … 담백함의 극치

 

 

 

※ 막국수·냉면·소바

이 집에 들어서면 메밀제면소와 만두제작소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 뚝뚝 끊어지는 식감, 메밀 고유의 뽀얀 색상, 천연육수, 손반죽, 피부미용과 다이어트 효과, 성인병 및 고혈압 예방, 간 기능 강화와 이뇨 작용 등 '100% 순메밀의 특징과 효과'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걸려있어 '면장'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100% 메밀로 할 수 있는 면 요리 전문점답게 막국수, 냉면, 소바가 대표메뉴다. 특히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간장막국수다. 고기나 야채 고명 없이 김과 깨만 얹어 강선생의 특제간장을 뿌려 비비듯이 버무려 먹는다.

메밀가루는 몽골산을 사용한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메밀이 국내산 메밀보다 알도 굵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재료는 국내산만 취급한다. 재료값이 다른 집보다 많이 들지만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강 대표의 신념이다. 육수는 무, 배추, 사과, 배, 대파, 생강, 마늘, 양파를 물에 담가 6개월 숙성한 동치미와 한우 사골을 24시간 삶고 아롱사태를 넣어서 2시간 더 끓인 고기 육수를 5대5로 섞어 사용한다.

비빔면의 양념장은 배, 사과, 마늘은 갈고 생강, 대파는 칼로 다진다. 특히 싱싱한 홍어를 갈아서 넣는게 이 집의 비법이다. 간장으로 기본 간을 하고 칼칼한 맛은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가 담당한다. 홍어와 고춧가루가 어우러져 당기는 맛을 낸다. 양념장은 한달 이상 숙성시킨다.

평양냉면의 육수는 다른 집에서 넣지 않는 사골을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해 차별화했다. 보통 사골을 24시간 끓이면 뿌옇게 되는데 이 집은 맑은 육수가 나오는데 강 대표의 끓이는 비법이다. 손님이 주문하면 강 대표가 즉시 반죽을 시작해서 바로 면을 뽑기 때문에 면발이 끊어지지 않고 탄력이 좋다.

 

※ 만두

이 집의 만두 메뉴는 손만두, 김치만두, 군만두, 만두전골, 손만두국, 포장만두가 있다. 만두피는 원래 직접 반죽했지만 최근에 강 대표만의 레시피로 공장에 주문 제작한다. 이 집 만두소는 돼지고기, 부추, 두부, 참기름, 계란, 생강, 마늘과 함께 애호박, 양파는 채 썰어 버무린다. 기계로 다지면 채소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집 만두소에는 두툼해 보이려 넣는 당면이 없다. 대신 다른 소를 넉넉하게 넣어 양과 맛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 어복쟁반

강선생 특선요리 가운데 대표메뉴. 어복쟁반은 '어복'은 소의 뱃살인 '우복'을 뜻하며 고기 편육과 채소류를 푸짐하게 담고 가까운 사람끼리 둥글게 모여 앉아 육수를 부어가며 먹는 일종의 전골인데 추위를 이기기 위해 평양 사람들이 즐겨먹던 향토 음식이다. 이 집의 어복쟁반은 만두, 소고기 편육. 소고기 육전, 배추, 양파, 대파, 표고버섯, 느타리버섯을 넣어 멸치와 다시마로 만든 해물 육수를 끓여 먹는다. 강선생 특선요리에는 소고기수육, 한돈수육, 메밀빈대떡도 있다.

/글·사진 여승철·장지혜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