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적도 비조봉(飛鳥峰) 정상의 일출, 2020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무거운 카메라를 등에 메고 오르는 산길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일출 촬영은 시간 싸움이다. 해 뜨기 전에 정상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고 나섰다.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길인데다가 달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새벽 산행이라 더 긴장했다. 한줄기 발끝을 밝히는 헤드 랜턴과 양손에 하나씩 움켜쥔 등산용 스틱이 그나마 의지가 되었다. 토요일 새벽이라 적어도 몇 명의 등산객은 도중에 만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1시간 반 동안이나 되는 산행에 단 한 사람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의외였다.

오르고 올랐지만 정상에 있다는 그 정자는 좀체 나타나지 않았다. 해가 뜨려는지 동녘 하늘은 벌써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이제 랜턴을 꺼도 될 정도로 길은 환해졌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산을 올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치 천국으로 오르는 길처럼 나무 계단이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임을 직감했다. 그렇게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오른 1시간 30여 분 끝에 드디어 덕적도 비조봉 정상에 있는 비조정(飛鳥亭)에 도달했다. 그 의미대로 마치 새가 하늘을 날아오르듯 위풍당당한 형상을 한 정자다. 비조봉 위에 그대로 올라탄 듯 자리잡은 정자이다 보니 정상이 곧 정자고 정자가 곧 정상이다.

해발 292m로 덕적도 주변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비조봉 정상에 드디어 섰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지난 수년간을 벼르고 별렀다. 비록 완벽한 일출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 비조봉 정상에서 머물며 원 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마치 모든 꿈을 이룬 사람처럼 기뻤다. 잠시 숨을 고른 후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저 벅찬 풍경을 바라보며 짧은 기도를 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게 해 주시옵고 무엇보다 모두가 행복한 이 계절을 맞게 해 주소서.”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