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림극장 모습. 미림극장은 1957년 '평화극장'이란 천막극장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04년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지만 2013년 다시 '실버극장'으로 재개관해 추억의 명화를 상영하고 있다. /사진=인천일보 DB

 

▲인천 영화관의 역사

인천 영화관(극장)의 역사는 100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요즘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몇몇 극장만이 겨우 명맥을 잇고 있지만, 과거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 인천의 영화관들은 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60년대∼90년대까지 인천에는 동인천을 중심으로 개봉관인 애관극장, 동방극장, 인형극장, 미림극장, 오성극장이 있었고, 개봉이 지난 영화 두 편을 동시에 상영했던 인천극장, 현대극장, 자유극장이 있었습니다. 미추홀구 주안에 있는 중앙극장은 인하대 학생 등 젊은층이 자주 가던 곳이었습니다. 부평에는 대한극장을 필두로 부평극장, 금성극장이 부평 문화권의 대표적인 극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인천극장 등 동시상영관은 관람료가 개봉관보다 저렴했고 비록 철이 지난 영화이지만 인기를 끈 영화와 다소 야한(?) 영화 두 편을 볼 수 있어서 학생들과 젊은층이 즐겨 찾던 곳이었습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관은 애관극장입니다. 애관극장은 1895년 '협률사'라는 이름으로 탄생했습니다. 근대식 신식 극장이었던 협률사는 조선인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이자 공연장이었습니다. 협률사는 이후 '축항사'로 개명한 뒤 1926년 영화관 '애관'으로 재단장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1950년 한국전쟁 중 소실되었으나 1960년 다시 복구해 오늘날까지 꿋꿋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애관극장 모습. 애관극장의 전신은 1895년 건립된 '협률사'이다. 근대식 신식 극장이었던 협률사는 조선인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이자 공연장이었다. 협률사는 이후 '축항사'로 개명한 뒤 1926년 영화관 '애관'으로 재단장한 후 오늘날까지 꿋꿋하게 운영하고 있다. /사진=인천일보 DB

 

▲ 대한극장 모습. 대한극장은 부평 문화권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 주변에 멀티 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섰지만 지금까지 부평 사람들의 추억이자 자부심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인천일보 DB

 

▲인천 영화관의 황금기

6.25전쟁이 끝나고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폐허를 복구하던 1960년대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오락거리 가운데 하나는 영화였습니다. 당시에 텔레비전이 흔하지 않는 시절이어서 영화는 그야말로 최고의 문화 콘텐츠였습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대도시에 영화관이 우후죽순 세워졌고, 영화관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습니다.

인천에는 애관극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경동(현 개항로)을 중심으로 영화관이 들어서게 됩니다. 애관극장 인근에 인형극장, 신포동에 키네마극장, 동방극장, 배다리에 문화극장, 송현동에 미림극장과 오성극장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주말이면 영화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천 부평에는 대한극장이 부평 문화권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습니다.

80년대까지 인천의 영화관들은 서울에 비해 관람료가 저렴해서 서울 학생들과 젊은층이 1호선 전철을 타고 영화를 보러 오곤 했습니다. 서울 사람들에게 인천은 월미도와 자유공원, 동인천 일대를 구경하고 영화를 보는 관광 코스였죠.

▲ 미림극장 3층 상설 전시관에 전시된 영화 관련 유물. 미림극장 3층 전시관에 방문하면 과거 미림극장 종사자들이 기증한 사진, 포스터, 영사기, 필름 등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사진=인천일보

 

▲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는 "단순히 어르신들의 추억의 공간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모든 세대가 영화를 통해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 추억이 있는 미림극장

이렇듯 인천의 전통 영화관들은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40여년을 인천 사람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눴던 곳입니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장과 함께 인천의 영화관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현재 애관극장과 대한극장, 미림극장만이 남게 됩니다.

미림극장은 지난 1957년 '평화극장'이란 천막극장으로 시작한 곳입니다. 무성영화 상영으로 시작해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던 미림극장은 2004년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공세에 밀려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지만 2013년 다시 '실버극장'으로 재개관해 추억의 명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미림극장은 문화공간 및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며 옛 원도심의 문화 중심지로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3층 전시관에 방문하면 과거 미림극장에서 일했던 분들이 기증한 사진, 포스터, 영사기, 필름 등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습니다.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는 "단순히 어르신들의 추억의 공간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모든 세대가 영화를 통해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림극장은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조금은 낡고 아날로그적인 것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존재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에게 극장은 무슨 의미일까요?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영화를 보는 곳?

개인적으로 글쓴이는 까마득한 어린시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조스'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도 영화이지만 부모님과 형, 동생과 함께 온 가족이 동인천에 나들이 나온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미림극장은 영화 관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공간입니다. 미림극장은 인천 시민에게는 추억이자 역사이며 즐거움입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