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하게 취한 재물 '설사'할 수도 …

 

▲ 얼기설기하여 비(_수)를 맞아도 그대로 쏟아내는(瀉사) 까치집(寫사). /그림=소헌
▲ 얼기설기하여 비(_수)를 맞아도 그대로 쏟아내는(瀉사) 까치집(寫사). /그림=소헌

 

‘효자동에서 이발사로 일하는 성한모는 나라에서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믿어서 나라가 시키는 일이라면 투표함을 바꿔치고 산에 묻는 일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여 청와대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대통령 전속 이발사가 되어 지역 유지로 군림한다. 어느 날 남침한 무장공비들이 앓는 설사병인 ‘마루구스 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간첩으로 간주하고 체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 사람들도 설사를 한다고 신고했는데, 끌려간 그들은 전기고문을 받고는 공비들과 내통했다고 자백한다. 결국 한모와 함께 화투치며 놀던 친구들은 간첩으로 몰려 사형에 처해진다. 그때 한모의 아들도 설사를 했는데 급한 대로 아들을 파출소로 피신시켰다. 그러나 파출소 순경은 “간첩에 애 어른이 어디 있느냐?”며 중앙정보부로 넘긴다. 아들은 고문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고, 한모는 그토록 숭배하던 나라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 요약)

노체설사(奴替泄瀉) 주인 배 아픈데 머슴이 설사한다. 남의 일로 인하여 공연히 벌을 받거나 손해를 입는 것을 비유한다. 연평도 근해에서 남측 공무원이 북측 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배 아픈 사람과 설사하는 사람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정전停戰체제에서 총을 거두는 평화체제로 바꾸지 않는 한 마루구스 병은 악화한다.

 

泄 설 [새다 / 싸다 / 누설하다]

①열 십(十) 세 개(十. 十. 十)를 모아 ‘30년’을 뜻하는 글자 _(세)를 만들었다. 이후에 _(세)와 _(세) 모습을 취하다가 현재 글자꼴인 世(세)로 정착하게 된다. ②世(세상 세)의 원래 모습은 나뭇가지(止)에 달린 잎이다. 나뭇잎이 새로 나는 것은 세월(世세)이 흐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③인간의 한 세대(世세)는 대략 30년을 뜻한다. ④泄(샐 설)은 나뭇잎(世)에서 물기(_수)가 다 빠져나간 모습이다. 설사(泄설)를 하면 온몸에 진이 빠진다.

 

瀉 사 [쏟다 / 게우다 / 설사]

①鳥(새 조)는 꽁지가 길고 몸집이 큰 새를 그린 제 부수 글자다. ②까치(_작)는 설날에 절구(臼구)에서 방아 찧는 새(鳥생략형)로서 _(작)으로도 쓴다. ③설날에는 새 신을 신기 때문에 _/_(신발 석)이라고도 한다. ④까치(_/_)는 집(_면)을 짓기 위해 나뭇가지를 옮긴다. 까치집은 다 똑같이 생겼는데, 아마도 하나를 표본으로 삼아 베껴(寫사) 놓은 것이 아닐까? ⑤까치집(寫)은 얼기설기 얽혀 있기 때문에 비(_수)를 맞아도 그대로 쏟아낸다(瀉사).

중앙선관위는 당에서 제명한 김홍걸을 재산 축소신고와 관련해 수사를 의뢰했다. 경실련은 국회의원 후보자 때와 당선 후 신고한 재산을 비교했다. 그중 100억원 이상 늘어난 전봉민, 한무경, 이상직과 함께 10억원 넘게 증가한 10여 명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못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교통위에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 대로 추정되는 공사를 수주한 박덕흠은 탈당이 아닌 사퇴를 했어야 옳다.

설사는 기름지게 많이 먹었을 때 싸는 물기가 많은 똥을 이르지만, 먹은 것을 삭이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어놓거나 부당하게 취한 남의 재물을 도로 내어놓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배불리 먹었으니 설사할까봐 틀어막을 필요는 없다. 마치 고스톱판에서 싸놓은 똥쌍피에 다른 피까지 붙여 당겨갈 수 있지 않은가? 당신들은 타짜니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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