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 /자료제공=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김성현 박사

 

가을과 함께 오는 반가운 철새들이 있다. 대부분 북쪽의 번식지에서 봄에 알을 낳고 부지런히 새끼를 키워서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남쪽 나라로 이동하는 길에 우리나라를 잠시 들르는 통과철새들이다. 그중에 갯벌 위를 알록달록하게 수놓으며 삐유~삐유~, 휘~휘 하면서 바삐 움직이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번식지인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에서부터 우리나라의 갯벌에 날아와 지친 몸을 추스른 후 길고 힘든 비행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북반구와는 계절이 반대여서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남반구의 호주나 뉴질랜드로 날아가는 도요새와 물떼새들이다.

9월과 10월에 도요새들의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지고 나면 북녘에서 오리와 기러기들이 내려와 그 빈 자리를 메울 것이다. 그리고 내년 봄이 되어 오리와 기러기들이 다시 북쪽으로 떠나 갯벌이 휑해지면 도요새들이 뒤따라 갯벌을 찾아와서 봄의 활기를 뿜게 된다. 이처럼 도요새는 가을과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계절의 전령사이다. 알락꼬리마도요는 마도요와 함께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도요새 무리 중에서 가장 큰 도요새다. 아래로 휘어진 긴 부리로 갯벌에 있는 구멍을 쑤시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칠게와 같은 저서무척추동물을 잡아먹는다.

수많은 종류의 도요새가 갯벌이라는 같은 장소를 공유하면서 한정된 먹이자원을 어떻게 다툼없이 이용하는지를 보면 신비롭다. 알락꼬리마도요와 마도요는 긴 부리로 갯벌 속 깊은 곳에 있는 게와 갯지렁이 종류를 먹고 부리가 짧은 종류는 갯벌 표면이나 얕은 곳의 무척추동물을 주로 먹는다. 도요새마다 부리의 길이가 다르고 선호하는 먹이가 달라서 함께 모여 북적이면서도 먹이에 대한 구분이 있어 큰 다툼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생태적 지위'라로 설명하고 있으며 경제학에서도 차용하여 틈새시장(니치)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갯벌의 훼손과 매립으로 인해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치밀하게 짜여진 조화와 균형이 깨지고 있다. 인천 삼목도와 용유도 사이의 드넓은 갯벌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국제공항으로 변하였고, 남양만의 갯벌도 화옹지구 하구둑 공사와 매립공사로 생태적 기능을 상실했다. 새만금지역의 갯벌도 개발공사로 택지나 농경지로 탈바꿈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 중에 젠가라는 게임이 있다. 쌓아놓은 나무 블록을 쓰러트리지 않고 하나씩 빼내야 하는데 균형이 깨지는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긴장감 있는 게임이다. 지금 우리는 생태계 젠가의 어느 블록을 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