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화재통계 분석 결과
다세대주택 건수·빈도 최고치
근본적 해결책 미흡 인재 초래
“방화지구 지정·관리” 제언도
/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인천 초등학생 형제에게 중화상을 입힌 화재사고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당국이 차곡차곡 쌓아온 화재 데이터는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주택의 화재 취약성을 경고해왔으나 뾰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결국 어린 형제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27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www.nfds.go.kr)'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미추홀구 용현동 빌라 화재사고가 나기 하루 전인 9월13일까지 8개월여간 구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모두 105건으로 집계됐다. 이 불로 4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으며, 4억9242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공동주택이 24건으로 화재가 가장 많이 일어난 장소로 꼽혔고 단독주택(14건)과 자동차(14건), 음식점(11건), 야외(10건), 일반 업무(6건), 공장시설(5건)이 그 뒤를 이었다. 발화 요인으로는 부주의가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공동·단독주택 화재 38건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세대주택'이 1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다가구주택(6건)과 단독주택(5건), 아파트(4건), 상가주택(2건), 연립주택(1건), 다중주택(1건) 순이었다.

다세대주택 화재는 월평균 2건 이상으로 발생 빈도가 월등히 높았을 뿐 아니라 재산 피해도 3473만원으로 가장 컸다. 유일하게 인명 피해(사망 2명·부상 2명)를 내기도 했다.

화재 통계를 있는 그대로 보면 소방당국에 '다세대주택이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던 셈이다. 화재 참사가 빚어진 용현동 빌라도 다세대주택으로 분류된다.

이미 지난해에도 다세대주택의 화재 취약성이 드러났었다.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공동·단독주택 화재 건수는 58건으로 전체 147건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가운데 다세대주택 화재는 12건으로 아파트(14건)와 단독주택(14건)보다 다소 적었지만 인명 피해는 3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세대주택을 비롯해 단독·다가구·연립주택 등은 건물이 낡고 오래돼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7년 2월부터는 모든 주택에 화재감지기와 소화기 등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형제가 살던 집에는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빌라 자체도 4층짜리 저층 주택이어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도 아니었다.

민혁기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3월 펴낸 '인천지역 시설물 및 노후주택 화재 실태 분석' 보고서에서 “취약계층 주택을 대상으로 화재를 예방하려면 취약계층 가구 특성과 주택 속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화재 발생 우려가 높은 주거지역을 방화지구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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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아동비극 이제는 끝내자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14일째를 맞은 가운데 화재로 크게 다친 형제가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보호자가 집 안에 있었더라면,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돌봄을 받고 있었더라면, 소방당국이 아이의 구조 요청에 탄력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고였다. 사고가 나기 전 해당 지역 화재 통계가 다세대주택의 화재 취약성을 경고해왔던 것도 탄식이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각계 전문가들은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화상환자 치료 공백을 메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