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지구 온도가 한계점을 넘어서면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되는 위기를 맞이할 수 있고, 대멸종 시기 공룡처럼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 올라간 종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던 것처럼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주변을 맴돈다.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 2도 이상의 온도 상승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많은 이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파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8년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2050년 기후 난민이 1억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 세계위험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산업계 지도자들과 NGO, 전문가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2020년대에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위협으로 기상이변과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인간 유발 환경 재난 등을 꼽았다.

우리의 또 다른 미래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다. 대체로 AI 등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 등 세계적 난제 극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기후변화의 새로운 악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5G 통신서비스로 인한 전력 사용량은 4G보다 3배쯤 많고 AI에 의한 전력소비도 만만치 않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결할 때, 중앙처리장치 1920개와 그래픽 처리장치 280개를 사용하며 이세돌의 두뇌(20W)와 비교할 수 없는 약 1㎿의 전력을 소비했다고 한다.

2019년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은 알파고와 같은 AI의 학습과정이 약 284톤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일반인 1명이 1년간 배출하는 탄소의 57배, 뉴욕-샌프란시스코 여객기가 300번 왕복하며 배출하는 탄소의 300배 수준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효율 개선을 지속하겠지만, 그럴수록 가상물리시스템은 커지고 연산·접속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테니 이로 인한 탄소 배출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5G와 AI에 의한 에너지 수요 중 상당량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된다. 수소에너지를 대안처럼 언급하지만, '수소 혁명'의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청정수소와는 달리, 화석연료로 만드는 회색수소의 생산과정을 탄소 중립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확인한 바 있다고 얘기한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에너지 수요와 에너지 공급원에 관한 슬기로운 저탄소 대응이 관건이다.

정보홍수의 시대에 사용자 입력 검색어로부터 검색 의도를 분석하여 콘텐츠를 찾아주고 검색된 콘텐츠와 관련 서비스를 의미 기반으로 연동하는 '지능형 검색추천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데 행동경제학에서는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판단오류를 '확증편향'이라고 정의하며, 자신의 직접 경험이나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한 정보를 비중있게 받아들여 생기는 오류를 경계한다. 방대한 정보 중 자의적인 필터를 통해, 듣고 싶은 얘기와 보고 싶은 자료만을 취하는 '정보의 편식'이 보편화되면, 우리 모두에게 직면한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의 격차는 확대될 테니 위기 극복을 위한 소통과 사회통합에 긍정적일까 고민스럽다.

기후 위기를 경계하며 과감한 목표를 정해 실천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렇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도기적 경로에 대한 치밀한 진단과 전략이 있었으면 한다. 일례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어떤 에너지라도 덜 쓰면서 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나가는 전략이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뉴딜 등으로 예전에 없던 엄청난 에너지 수요를 새로 창출하면서 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면, 과연 기후 위기 극복이나 지속가능발전에 긍정적일까 치열한 논쟁이 필요할 것 같다. 더욱이 특정 지역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를 집중시키는 전략이 기후 위기의 적절한 해법인지 그리고 환경과 주민 삶에 도움되는 지속가능한 접근인지 면밀하게 짚어봤으면 싶다.

무릇 관직에 있는 자(요즘은 정보생산과 전략 수립, 정책집행 담당자)들은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유익한 의견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제갈량의 '집사광익(集思廣益)'을 되새겨 우리 미래를 진단하고 단단히 대처할 것을 권고하며 스스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