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 서구청장

지역화폐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역화폐 사업은 아무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없으며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 부작용만 있다'고 지적한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인천 서구의 지역화폐 서로e음을 이끌고 있는 나로선 여러 면에서 의아함이 드는 분석이다. 실제 현장에서 내가 느낀 서로e음의 효용성은 말로 표현하기에도, 글로 정리하기에도 부족하기만 하다. 확실한 건 우리 서구에서는 소상공인도 소비자도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첫 발행 이후의 기록만 봐도 서로e음의 효용성은 넘쳐난다. 9월13일 현재 발행 누적액은 8633억원에 달하고, 혜택플러스 가맹점은 2200개를 넘어섰다. 55만 서구민 중 무려 36만명이 사용한다. 서구에서 카드 발급이 가능한 인구가 약 46만명임을 감안하면 서구민 5명 가운데 4명이 서로e음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지역화폐를 사용자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한 철저한 노력이 수반됐다. 무엇보다 많은 한계가 있는 지류형 상품권이 아닌 매우 편리한 전자식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지역화폐를 선보임으로써 온라인상에서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간단한 손 터치로 충전이 가능하고, 큐알(QR)코드를 이용해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전자식 도입을 통해 지역 내 99.8%에 달하는 BC카드 가맹점이 서로e음 가맹점으로 연계됨에 따라 가맹점 확보 역시 한결 수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상공인단체•시민단체•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운영위원회를 꾸려 치열하게 논의하면서 현장에 적용 가능한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덕분에 동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공온라인 쇼핑몰인 '온리서구몰'과 '냠냠서구몰'에 이어 전국 최초 공공배달 앱인 '배달서구'까지 서로e음 시즌2로 구민의 기대치를 맞출 수 있었다. 여기에 기부 채널인 '서로도움'을 연계한 시즌3까지 만반의 채비를 갖춤으로써 서로e음은 공동체 카드로 거듭났다.

최근 전문가 팀이 진행한 '서구 지역화폐 서로e음 지역 경제효과분석' 연구에서도 서로e음의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전문가 팀은 서로e음 발행 성과를 크게 '매출 증가에 따른 지역고용 증대, 지역생산 유발, 지역소비 유출 감소' 등으로 분석했다. 서로e음 출범일 이후 지속적으로 세수가 증대된 점, 서로e음 매출이 늘어난 일반휴게음식•보건위생 업종에서 실질적으로 고용이 증가한 점, 서로e음 결제 증가에 따라 상당액의 생산이 유발된 점, 서로e음 도입 이후 서구민의 지역 외 소비가 크게 감소해 지역 내 소비로 이전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역화폐는 인구구조, 소비형태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역 특성에 따라 효용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우리 서구처럼 인프라가 부족한 미완성 도시에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는 점이다. 서로e음 발행 전엔 서구민의 60%가 서울과 김포 등 타지역에서 주로 소비함에 따라 역외소비율과 역내소비율의 격차가 상당했다. 서구민은 우리 지역에 우수한 소상공인과 제품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소상공인은 홍보에 한계가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단절됐던 부분을 서로e음이란 이름 그대로 지역화폐가 소비자와 생산자 간 가교 역할을 해줌으로써 역외유출 감소가 역내유입 증가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릴 정책은 지역별로 다양하다. 지역화폐도 그러한 정책 중 하나다.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정책적 선택을 잘해야 한다. 분석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기상 다리 하나를 건설하는 것보다 지역화폐를 활성화시키는 게 지역경제 선순환에 더 이롭다고 판단되면 실행하는 거다. 우리 인천 서구는 지역화폐가 절실했기에 선택했다. 전문가 연구결과에서도, 실제 현장에서의 소비자와 소상공인 체감도에서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지역화폐를 통해서 지역경제를 살리면 그게 바로 국가경제에도 이바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천 서구 구민(시민이자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물어보자. 이렇게 유용한 지역화폐를 중단하자고 하면 동의할 분이 과연 있을까? 더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