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26년간 인천 농산물 유통의 중심 역할을 한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이 남촌동에 현대화된 시설로 이전해 지난 3월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인천시는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의 부지 협소, 시설 노후, 교통 혼잡, 그리고 농산물쓰레기 악취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2012년부터 이전 계획을 세우고, 32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쾌적하고 넓은 농식품 복합단지를 건립했다. 개장한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은 기존 구월농산물도매시장보다 부지 면적이 2.8배 늘어나 축구장 6개 정도인 16만9851㎡ 규모이며, 주차장은 기존 대비 4배 늘어나 총 2824대를 수용할 수 있다. 과일·채소 경매장, 식자재, 물류를 처리하는 7개 건물에 과일과 채소 중심의 360개 점포가 입점하고, 건어물·정육점·식재료 등 이전 구월농산물시장에 없던 가게들이 생겨 농축수산물을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또한 농산물 쓰레기 악취 해결을 위해 환경동에 1615㎡의 처리 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개장 한 달여 만인 지난 4월부터 환경동에 악취가 발생했고, 인근 주택에 악취 민원이 빗발쳐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악취 원인, 심각성 파악을 위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쓰레기 감량화 시설 운영에 필요한 자체 폐수처리시설 가동이 중단돼 쓰레기 처리가 지연됐고, 그로 인해 쓰레기·침출수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악취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쓰레기 감량화 시설은 시장에서 발생하는 채소나 과일 쓰레기를 압축해 무게를 절반 정도로 줄여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처리 시설도 연결돼 있다. 그런데 감량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수 수질이 예상보다 크게 나빠 자체 시설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설계·시공을 담당했던 시 종합건설본부는 환경동 쓰레기 감량화 시설 설계 시 원심분리기를 예측하지 못해 설비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감량기 기능 미흡으로 찌꺼기 농도가 높아 폐수처리시설 가동이 중지됐다고도 설명했다. 원심분리기는 감량기에서 찌꺼기를 배출해 부유물질 농도를 낮추는데, 쓰레기 감량화 시설이 있는 기존 구월농산물도매시장뿐 아니라 삼산농산물도매시장도 원심분리기를 사용했다.

결국 농산물도매시장 설계·시공 시 적정성 검토 미흡의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종합건설본부는 일부 설계가 미미했지만, 설계대로 시공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국내 도매시장 폐수처리시설 설치 사례가 없어 국립환경과학원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시설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미세부유물질 제거용 원심분리기를 추가 설치하기로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운영 실태 결과를 이유로 원심분리기의 추가 설치를 철회하고 3600만원 사업비를 추가 투입해 침전조를 설치하기로 결정됐다.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 설치된 쓰레기 처리시설을 통해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식물성 잔재물)이 전처리 과정을 거쳐 비료화되고, 기존의 악취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곳에서 배출되는 하루 32t의 식물성 잔재물이 농가에 퇴비원료로 공급돼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기여하는 희망도 꿈꿨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꼼꼼하지 못한 계획·실행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 결과는 시민 불편과 고통으로 이어졌다.

종합건설본부는 환경동의 농산물 처리시설 개선 방안을 신속히 이행해 음식물 쓰레기 악취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후 사업에서는 정밀한 계획 수립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쓰레기를 처리하기에 앞서 배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쓰레기 재활용을 통한 자원 선순환 방안을 모색해 지역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천시와 함께 인천시의회, 유관기관, 전문가, 상인,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이 기존 문제점을 타개하고 시민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는 시설로 거듭나기를 희망해본다.

 

/김성수 건설교통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