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사관 옹호 산케이신문 "자학적인 교과서 증가 걱정"

 

▲ 우익 사관 출판사 이쿠호샤가 발행한 일본 중학교 공민 교과서와 역사 교과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쿠호샤 2015년 교과서 검정에 제출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것에 대해 "같은 유색 민족이 세계최대의 육군국·러시아를 격파했다는 사실은 열강의 압박이나 식민지 지배의 고통에 시달리던 아시아·아프리카 민족에게 독립에의 희망을 안겨줬다"는 평가(사진에 밝게 표시된 부분)가 실려 있다. 일본은 러일전쟁 승리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권을 확립했기 때문에 이런 설명은 한국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해석이라는 비판을 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대표적 우익 사관 출판사 이쿠호샤(育鵬社)의 교과서가 내년에 중학교에서 ‘퇴출’당할 전망이다.

2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의하면 2021학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부터 4년간 사용될 일본 공립 중학교 교과서 선정 결과 이쿠호샤 교재의 채택률이 역사 1%, 공민(일반사회) 0.4%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파악된다.

이쿠호샤 교재의 올해 채택률이 역사 6.4%, 공민 5.8%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주도로 0.1% 정도의 채택률을 기록하고 있었던 지유샤(自由社)의 역사, 공민 교재는 앞서 교과서 검정에서 탈락했다.

우익 교과서 퇴출 흐름은 현재 사용 중인 이쿠호샤 교과서를 내년부터 쓰지 않기로 결정한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시·후지사와(藤澤)시, 오사카부(大阪府) 오사카시 등으로 이어졌다.

현재 16개 지자체가 사용하는 이쿠호샤 교과서를 내년에 다른 출판사 교재를 쓰기로 결정한 반면 이쿠호샤로 갈아타기로 결정한 곳은 1개뿐으로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지역구 중 하나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다.

이달 16일 기준 내년에 공립 중학교가 이쿠호샤 교재를 사용하기로 한 지자체는 오키나와(沖繩)현 이시가키(石垣)시, 오사카부(大阪府) 이즈미사노(泉佐野)시 등 10개뿐(현립 중고 통합학교 제외)이다.

이러한 우익 교과서 퇴출을 이끈 원동력은 시민사회의 끈질긴 저항이 꼽힌다.

시민단체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의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 사무국장은 "현장의 교사나 시민의 목소리가 보디블로(권투에서 상대의 복부를 타격하는 것)처럼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쿠호샤 교과서를 확산시키려는 일부 지자체장 등 우익 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지만 시민사회가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항한 셈이다.

앞서 일본 기업 후지주택 회장이 이쿠호샤 교재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설문조사에 참여하도록 장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익 사관을 옹호해 온 산케이(産經)신문은 이쿠호샤 교재 채택률 저하에 대해 "걱정되는 것은 자학적인 내용의 교과서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관련 논설을 23일 지면에 실었다.

/곽승신 기자 kiss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