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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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에 '고려인타운'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수1동 함박마을이다. 주민 1만여명 중 외국인 주민이 절반에 가깝다. 대개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등지에서 온 고려인이다. 2010년 734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 1122명, 2016년 2007명, 2018년 4006명, 올들어 4680명에 달하는 등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8•15광복 전까지 농업이민, 항일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현재의 러시아 및 구소련 지역(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등)으로 이주한 사람과 그 자손을 일컫는다.

함박마을에는 러시아어 간판을 단 카페와 식당, 식료품점 등이 도로를 따라 거리에 늘어서 있다. 마을 주요 상권인 함박로 300m 구간에만 러시아어로 된 상점이 24곳 있다. 옷가게, 핸드폰판매점, 당구장 등에서도 러시아어로 된 문구를 볼 수 있다.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인 함박마을은 원룸, 투룸 등의 월세가 보증금 없이 25만~45만원으로 저렴해 외국인 국내 거주자들이 선호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가까운 곳에 남동공단이 자리해 일자리 연계성도 갖추었다. 처음에 소수의 고려인이 함박마을에 터를 잡았으나 고향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이곳을 추천해 이주함으로써 대규모 고려인타운이 형성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러시아어가 통하는 인력소개소, 공인중개사무소 등도 있어 한국에서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겪는 고려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 이주 관련 러시아어권 SNS 커뮤니티에서 함박마을이 많이 언급되는 것도 한몫했다.

구도심에 불과했던 함박마을에 고려인들이 정착하면서 상권이 커지고 활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원주민들과의 갈등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공간에 거주하지만 교류가 거의 없이 사회적•문화적 거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보이지 않는 상권 경쟁도 있다. 한 원주민 상인은 “고려인들이 들어오면서 한국 상점들은 예전보다 장사가 안된다”며 “(고려인들이)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고, 걸핏하면 그들끼리 싸움하는 등 치안에 부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차별받고 불안하다는 심정을 감추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불신이 강을 건넜다는 느낌마저 든다. 연수구가 지난 1월 함박종합사회복지관을 신설하는 등 갈등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관이 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뿌리가 같은 민족인 사람들끼리 공존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벌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