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취임한지 100일을 맞이하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의미 있는 제안을 하나 했다.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한 날 한 시에 치르자는 제안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선거와 4년짜리 국회의원선거에 더하여 4년마다 지방선거를 서로 엇갈려 실시하는 매우 기괴한 선거주기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4년 연임제 개헌을 통하여 최소한 대선과 국회의원선거 또는 대선과 지방선거라도 동시에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해왔던 나로서는 매우 환영할만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렇게 바꿀 수 있다면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 가운데 하나는 자동적으로 중간선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2017년 12월로 예정돼 있던 대통령선거가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2017년 5월9일로 바뀌어 실시되면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공직선거법 제34조 제1항에는 “대통령선거는 그 임기만료일 전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열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번 대통령의 임기만료는 2022년 5월9일이라 원래 같은 해 3월 첫 수요일인 2일이 선거일 후보가 된다. 하지만 공교롭게 그 전날이 삼일절이라 선거일정에 변수가 된다. 공직선거법 제34조 제2항에 따르면 “선거일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속절이나 공휴일인 때와 선거일 전일이나 그 다음날이 공휴일인 때에는 그 다음주의 수요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신성한 선거일에 투표는 안 하고 연휴로 노는데 쓰는 일을 막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이에 의하여 다음 대통령선거는 3월9일로 잡혔다.

그런데 2022년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6월1일이면 다음 지방선거가 돌아온다. 세 달 안에 이렇게 보궐선거도 아닌 전국 단위 선거를 두 번이나 실시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두 선거를 따로 치를 때 대통령선거에 약 3474억원, 지방선거에 약 1조686억원이 각각 선거관리비용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두 선거를 동시에 한다면 약 1조2626억원이 들어 약 1534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예산이 많이 절감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낭비는 이러한 경제적 비용보다는 정치적 비용에서 생긴다. 선거를 하다보면 국회는 전면 중단된다. 서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여야 사이에는 극단적인 대결이 이어진다. 대통령선거를 하면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데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또 몇 달 동안 아무 일도 못하게 선거정치만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낭비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을 수준이라고 하겠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게 된다하더라도 선거관리비용 절감에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는 시점에 그런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선거관리비용에 더하여 국력의 소모나 정치적 분열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 외적 비용의 측면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면 대통령선거에 지방선거가 파묻혀서 관심을 못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오히려 그 반대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대통령선거 덕에 지방선거의 이슈가 더 부각되고 이에 따라서 지방선거가 전에 없이 더 주목을 끌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대대로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투표율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동시선거에서는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대통령선거 만큼이나 높아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선거 직후에 실시된 지방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신혼효과 때문에 이제껏 여당이 승리하고 야당이 패배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될 경우에는 국회의원선거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와 같이 분리투표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예컨대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서로 다른 정당에게 표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야당에게 불리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선거로 전환하는데 그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2024년 국회의원선거를 한 달 앞당겨 3월에 실시하도록 바꾸자는 말이다. 이때 국회의원선거는 완전히 중간선거와 같이 작동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몇 년 뒤에 대통령선거와도 동시에 선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지방의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선거일은 물론 국회의원의 선거일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가능하리라 본다. 더 좋은 것은 개헌을 통하여 대통령도 아예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