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과제 불구 '추진·좌절' 반복 중
기재부, 진료과목 등 축소 예산안 제출
안산시 “본래 취지처럼 되도록 하겠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사실상 당초 목표했던 기능도 작아진 '국립 트라우마센터' 건립은 추진 과정에서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재난 피해자 트라우마 치료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반면, 세월호 참사 이후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추진과 백지화가 반복됐다.

15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는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등 트라우마 관련 치료 기능을 갖춘 센터를 안산에 짓기로 했다.

정부가 2014년 첫 추진에 나섰으나 이듬해 기재부의 반대로 접었고, 이후 5년 만에 학계와 유가족들로부터 필요성이 다시 떠오르면서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재부는 진료 과목 등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의 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당초 계획과 크게 다르다.

피해자들이 일정 기간동안 머무르면서 치료를 받을 '쉼터' 건립이 무산됐다. 이 쉼터는 이 센터의 핵심 기능 중 하나라는 게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양방으로 원인이나 치료가 어려운 증상을 진단할 한방진료도 없어졌다. 이밖에도 치과 등 여러 항목이 제외됐다.

복지부 차원의 계획이 미뤄진 적도 있다. 지난해 복지부의 건립에 관한 용역 결과에 따라 올해 초 복지부가 필요 예산을 계획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복지부는 검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하지 않았다. 정치권 마저 국립트라우마센터를 놓고 일부에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여야 정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과제를 해결 못했다.

올해 초 국무조정실은 유가족들을 수차례 만났고, 지난 7월 마침내 439억원을 들여 센터를 건립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국립트라우마센터는 이 같은 추진과 좌절의 과정의 연속 속에서 향방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안산시 관계자는 “6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다가 제기능을 갖춘 센터가 마침내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며 “본래의 취지처럼 센터가 건립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강하게 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우·이경훈·최인규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국가의 당연한 책무 … 전문성 갖춘 센터 건립해야”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부장 “그나마 있던 것도 날려버리는 꼴”

▲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부장.
▲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부장.

 

 

'피해자' 이용기 세월호단원고가족협의회장도 “종합적 역할 필요”

▲ 이용기 세월호단원고가족협의회장.
▲ 이용기 세월호단원고가족협의회장.

 

국립 안산마음건강센터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하면서 '반쪽짜리 트라우마 센터'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자 학계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학계와 트라우마 대상자들은 제대로 전문성을 갖춘 트라우마 센터 건립 추진에 입을 모으고 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15일 “트라우마 영역은 우리나라에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첫걸음을 뗀 수준이다”라면서 “그래서 이제 막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예산 축소는 그나마 있던 것도 공중에 날려버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심 부장은 국내에 몇 없는 트라우마 분야 관련 전문가로, 지난 2014년 안산시 통합재난심리지원단 유가족지원팀장으로 일하는 등 세월호 유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연구해왔다. 그런 심 부장에게 국립 안산마음건강센터 건립 예산 축소는 더욱 청천벽력이었다. 첫 거점 트라우마 센터로서 주요 역할을 할 국립 안산마음건강센터 건립이 또다시 흐지부지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불안정하게나마 유지해 온 인력 등 모든 인프라가 해당했다.

심 부장이 몸담은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선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30% 이상의 인재들이 떠났다. 정부가 트라우마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정신적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정신적 충격으로 받는 강력한 스트레스는 신체적 발병률을 높이면서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선심성으로 트라우마 센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심 부장은 보고 있다. 진료·현장·연구·교육 등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춘 트라우마 센터는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심 부장은 국립 안산마음건강센터 건립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부장은 “재난으로 임시 거주 시설 등 물질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것처럼 트라우마에 대한 지원 역시 국가가 맡아야 하는 당연한 책무”라면서 “더는 지체하지 말고 전문성을 갖춘 트라우마 센터를 건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용기 세월호단원고가족협의회장도 트라우마 센터의 빠른 건립을 주장했다. 재난을 겪은 트라우마 대상자들을 위해 국가의 최소한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밤에 잠을 설치는 등 수면장애를 겪었다. 이는 술에 의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신적 영역에서 끼치는 악영향이 신체적 영역까지 번지는 트라우마였던 셈이다. 이에 이 회장은 트라우마 센터 건립에 앞서 임시적 기구로 기능하고 있는 안산 온마음센터를 찾았다.

이 회장은 “현재 안산온마음센터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대상자들을 위해 기능하고 있지만, 그보다 종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트라우마 센터가 필요하다”면서 “하루빨리 센터가 건립돼야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이경훈·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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