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린 인천 중구 연안동 주민자치위원장

인천 연안부두에는 수협중앙회와 인천수협, 옹진수협이 있어 서해에서 잡아 오는 꽃게를 비롯해 조피볼락, 광어, 홍어, 조기 등 수많은 어류와 패류들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안부두는 어패류 관계자들은 물론 섬 어민들의 삶터가 되었으며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어종을 자랑하는 인천종합어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통영, 완도, 거제도, 흑산도 등 남해와 제주도에서까지 어패류를 들여오고 있으며 중국에서의 수입물량도 엄청난 활어유통조합은 수도권 어패류 수요의 상당부분을 조달하고 있다. 가히 어패류의 집산지라 일컬을 만하다.

그러나 이 일대는 도시계획이 잘못 짜여져 연안부두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과 교통 여건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 왔다. 이 점을 인정한 해양수산부는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 2020년 석탄부두를 폐쇄하고 친수공간을 만들어 그간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던 것이다. 각종 오니를 취급하던 조양화학이 오니의 해양투기금지법 시행으로 사업을 접었으며 유류저장시설인 SK도 지하관을 통한 일부만 남기고 사업장을 인천 서구로 이전했다. 미세먼지의 주범이랄 수 있는 유연탄도 공급항만의 이전으로 석탄차량이 정지되었다. 바로 이때야말로 잘못된 도시계획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인천종합어시장도 적당한 부지를 찾아 이전하기 위해 10년 넘게 노력 중이고 활어조합은 흩어져 있는 점포들을 모아 보다 현대적이고 위생적인 생선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온 지 오래다. 마땅히 현대적이고 최신식의 인천종합어시장과 활어조합 조성 부지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전혀 연안부두와는 어울리지 않는 중고자동차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소문이 난무하니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고 도시계획에 문제가 있던 연안부두에 다시 똑같은 우를 범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어패류의 집산지 한가운데에 중고자동차 클러스터는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고차 수출을 위한 자동차 클러스터가 꼭 필요하다면 주거지와 먼 곳,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반대가 있으면 설득하고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연안부두 주민들은 많이 지쳐 있다. 환경 피해를 주는 기업체를 내보내든가, 아니면 주민들을 이주시켜 달라고 인천항만공사,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 바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연안동 주민 이주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르고 있다. 당국은 주민들이 기억조차도 하기 싫은 집회의 길로 내몰지 않기를 바란다. 연안부두의 현실에 부응하는 어패류의 멋진 집산지가 되도록 애써주길 바란다. 그것이 인천 발전에 도움이 되고, 도시계획을 바로잡는 길임을 확신한다.

160여개 인천 섬 관광의 시작이 되는 곳이 연안부두이고, 주말이면 서울•경기에서까지 관광객들이 연안부두 해수탕을 찾을 정도로 해수탕 사업이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낚시인구 증가로 주말이나 휴일이면 남항과 연안항은 낚시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있는 팔미도를 찾는 유람객들, 인천시와 중구가 심혈을 기울여 조성해 놓은 바다쉼터 또한 명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연안부두를 어엿하고 현대적인 어패류의 중심지,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인천 발전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