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홍콩경찰 지지' 발언에 최근 신장위구르 논란 겹쳐 확산 조짐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주연배우 류이페이가 홍콩경찰 지지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던 디즈니의 신작 영화 '뮬란'이 엔딩 크레딧에서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정당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개봉을 앞둔 국내에서도 불매운동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위터 등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뮬란불매', '뮬란보이콧' 등 해시태그를 달고 "홍콩경찰을 지지하는 출연진이 나오는 뮬란은 불매하겠다", "뮬란 불매에 참여하고 위구르족 탄압 문제에 관심 가져 달라", "서양인 시각의 왜곡되고 문화 침략적인 아시안 영화를 원하지 않는다" 등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영화 전문 인터넷 카페에서도 "유역비(류이페이) 망언과 크레딧 논란 때문에 보이콧할 생각이다. 아예 탄생하면 안 됐을 영화라는 생각까지 든다", "크레딧 때문에 (불매운동) 동참한다" 등 의견이 나왔다.

뮬란은 주연배우 류이페이가 지난해 홍콩 시위 당시 SNS에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는 등 출연진들의 친중 발언으로 불매운동에 휩싸였다.

이후 뮬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개봉이 미뤄지다가 이달 초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에 "(촬영에 협조해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문구가 담긴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뮬란 촬영지인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며 위구르족을 강제로 구금하고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란이 이는 지역이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뮬란 불매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은 앞서 지난 7월 다른 단체들과 뮬란 보이콧 선언식을 연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제작사 디즈니와 국내 3대 멀티플렉스인 CJ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에 뮬란 상영 중단 항의서한문을 전달했다.

이 단체의 이설아(26) 공동대표는 13일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뮬란 같은 반민주적 콘텐츠를 용인해선 안 된다"며 "홍콩에서는 지금도 '어제 광주 오늘 홍콩'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민주화 항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만큼 홍콩 상황에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항의서한문이 전부 묵살돼 법원에 영화 개봉 중단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홍콩 민주화항쟁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며 우리와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화운동 역사가 앞선 한국에서 홍콩 시위 응원 여론과 함께 불매운동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으나 영화 흥행 여부에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화를 이룬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특히 뮬란의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일수록 자유주의적 가치를 정상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홍콩 시위 문제가 연이어 부각되는 상황에서 불매운동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홍콩 시위를 응원하는 기존 목소리에 더해 최근 엔딩 크레딧 논란으로 서구에서 뮬란 불매운동이 강하게 일어나자 젊은 누리꾼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흥행은 영화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대세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달 17일 국내 개봉 예정인 뮬란은 중국 남북조시대 여성 영웅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애니메이션(1998)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아버지를 대신해 참전한 뮬란이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 나가는 내용을 줄거리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