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종자라도 풀어 인민 살려야
▲ 種(씨앗 종)은 벼(禾화)를 묵직하게(重중) 품에 안은 농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소헌

 

“천하에서 가장 두려워할 것은 오직 인민뿐이다. 홍수나 화재나 호랑이보다 더 두렵다. 그런데도 윗자리에 앉은 자들은 업신여기며 모질게 부려먹는다.” 허균은 ‘호민론’에서 인민을 세 분류로 나누었다. 항민恒民은 그저 먹고사는데 얽매여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의식이 없으며, 원민怨民은 모든 것을 빼앗겨 시름시름 탄식하고 원망만 하는데, 호민豪民은 푸줏간에 숨어 굳은 마음을 품고 있다가 때를 타서 떨쳐 일어난다. 그들은 부당한 대우와 부조리에 맞선다. 그러면 원민이 저절로 모여들고 항민도 따라 나서게 된다. 이것이 혁명이다. 요즘으로 치면 기득권을 누리는 금수저로 태어난 허균은 자신을 낮추어 사회를 개혁하려고 하였으나, 끝내는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였다.

아사종침(餓死種枕)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면서도 내년에 쓸 종자種子는 남긴다는 4자속담이다. 인색하거나 답답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한다. 오죽하면 내년에 쓸 종자로 밥을 지어 먹으려고 하겠는가? 그것이 목숨을 잃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제 몸이 죽어 자빠지면 종자나 농사가 무슨 소용일까?

 

종 [씨앗 / 종자 / 종족]

①사람(人)이 무거운 짐(田)을 메고 땅(土)에 서 있는 모습을 重(무거울 중)으로 만들었다. ②좋은 벼(禾화)를 수확하려면 알이 꽉 차고 무거운(重중) 볍씨를 종자(種종)로 쓴다. ③種(씨앗 종)을 보면 추수한 벼(禾)를 묵직하게(重중) 품에 안고 미소 짓는 농부가 떠오른다.

 

자 [아들 / 자식 / 당신 / 접미사]

①子(자)는 강보에 싸인 채 두 팔만 내민 어린 아기다. 처음에는 갑골문 형태를 본떠 _(자)로 써서 머리숱(_)을 강조하였다. ②그러다가 쓰기 편한 ‘子’로 변했는데, 아들이나 남자라는 뜻에서 확대하여 자식이나 동물의 새끼로도 사용한다. ③子(자)는 스승이나 학자의 존칭에 쓰며 간혹 접미사나 어조사로도 쓴다. ④孑(외로울 혈)은 子(자)의 3획을 빗겨(_) 쓴 글자로서 안정되지 못하고 누구에게 의지하고픈 외로운 아이의 모습이다. ⑤子(자)가 부수로 쓰이면 孑(혈)처럼 모양이 변한다. ⑥한꺼번에 태어난 두 아이(子+子)는 _(쌍둥이 자)인데, _(삼갈 전)은 세쌍둥이 즉 삼둥이가 아니다. 자식이 많다고(子+子+子)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미루고 꺼려 효도를 삼가게 됨을 경계한다.

강화된 거리두기 2.5단계가 연장되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선별지원’을 ‘맞춤형지원’이라는 유희적인 말로 바꾸어 2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반대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죄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서 입만 벙긋하는 붕어’처럼 당장 배고파 죽을 지경이다(학철부어_轍_魚). 공연히 헛돈 들일 것 없다. 선별하기도 어렵거니와 분명히 ‘진짜 가짜’들만 판칠 것이다. 꼭 가르고자 한다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기업이나 공무원들의 기부와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의 자발적인 반환을 유도하라.

종자種子는 식물이 번식하는데 필요한 근본 물질인 씨앗이다. 종잣돈은 재물을 증식하는데 필요한 바탕이 되는 자본으로서 ‘밑천’이라고도 한다. 농부에게는 씨종자가, 공부하는 사람은 글밑천이, 장사하는 사람은 살밑천이 필요하다. 정부는 당장에 종자라도 풀어 인민을 살려야 한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기구견주飢狗見廚하고 있다. ‘굶은 개 부엌 들여다보듯’ 한다는 말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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