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송도(松島)'란 지명은 일제 잔재다. 인천에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연수구 갯벌을 메워 만든 '송도국제도시'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송도란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자.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부역 확장 과정에서 인천부로 편입된 부천군 문학면 옥련리에 '송도정(町)'이란 이름이 처음 붙었다. 소나무도 별로 없고, 섬도 아닌 곳에 송도라니. 여기엔 두 가지 설이 유력하다. '송도함'과 '마쓰시마' 얘기다. 청일·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인천항을 드나들었던 일본 해군 군함인 송도함(松島艦)에서 따왔다는 설,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인 미야기현 마쓰시마(松島)를 그대로 썼다는 설이다. 모두 일본이 자기네 지명을 인천에 심어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종의 창지개명(創地改名)인 셈이다.

인천에서 송도란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때는 1936년. 그런데 1920년대 중반부터 송도를 언급한 기사가 존재한다. 매일신보 1926년 12월16일자 '경인간의 별천지 송도'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백사청송(白沙靑松)의 명승지'인 '속칭 송도'는 도로가 불편하여 탐승객의 발길을 끌기 곤란하다”고 적었다. 인천부에서 송도로 향하는 도로를 보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송도유원지를 거론한 기사다.

'왜색지명' 논란에도 연수구는 2005년 신도시 법정동 이름을 송도동(松島洞)으로 정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주민 여론조사 결과 '송도'를 선택한 비율이 높다는 이유였지만, 시민단체들은 “식민잔재인 송도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 대신 비류동으로 대체하자”는 대안을 제시했었다.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는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려고 올린 명칭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의 법정동으로 사용하겠다니, 일본인들이 코웃음칠 일이요, 국가적 망신”이라고 개탄했다. 이미 인천시는 일제 잔재 지명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시는 일제 건축물·지명·기념물 등을 살핀 뒤 연구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전문가 학술토론회를 거쳐 일제 지명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지명 논란과는 상관 없이, 송도유원지는 수십년 동안 인천은 물론 수도권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던 곳으로 유명했다. 2011년 문을 닫기 전까지 70여년간 인천에서 내로라하는 '문화시설'이었다. '송도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린 이곳에서 시민들은 해수욕을 즐기고, 놀이공원과 동물원 시설을 이용하기도 했다. 인천인이라면 한번쯤 가족·연인·친지 등과 함께 송도유원지에서 놀았던 기억을 품고 있으리라.

연수문화재단이 다음달 8일부터 '뜻밖의 연수:우리 안의 송도유원지' 기획 전시회를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한다. 송도유원지와 관련된 사진·사연 등을 소개하는 형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송도유원지를 떠올리며 애틋한 추억을 꺼내놓는 자리다. 이름이 갖는 브랜드 가치와 일제 잔재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송도'. 우리 시대에 꼭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