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 탐사보도부 기자

지난 주말, 마트 다녀왔더니 아파트 6층 창문에서 뿌연 연기가 치솟았다. 바로 두 개 층 위 8층 주민 입장이라 애가 탔다. 집 안에 사람은 없어도 고양이 두 마리를 두고 나왔다. 주민들이 불이 났다는 소리에 주차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올라가서 고양이 두 마리를 다 데리고 나오기는 이미 늦어 보였다.

연기가 짙은 회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뀔 때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다. 방화복에다 도끼, 로프, 소방호스까지 짊어지면 화재 진압 장비 무게만 30㎏ 남짓인데도 소방대원들은 거침없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차분한 동시에 신속했다. 그리고 5분쯤 지나서 연기가 흰색으로 바뀌더니 얼마 있다가 소방대원이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는 상황이 종료됐다는 사인을 보냈다.

아파트 전 층 복도가 연기로 매캐했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도 다친 고양이도 없었다.

대신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최초 신고자가 화재 층수를 5층이라고 전해, 소방대원들이 출동 직후 아래층 50X호 현관문을 뜯어내면서 50X호 거주민의 분노를 샀다. 필로티 아파트 건물들은 대개 1층을 주 출입로로 사용하고 2층부터 거주한다. 최초 신고자가 거주 층수 시작인 2층부터 1층으로 세 60X호를 5층으로 본 것이다. 50X 거주민은 소방대원들을 붙들고 “당장 오늘 저녁에 어떻게 자냐”고 하소연했다. 30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 불길로 뛰어든 소방대원들은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인천소방본부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인천지역 화재출동은 1만4499건이다. 전체 119출동 가운데 34.6%를 차지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자료상으로 7월1일부터 8월29일까지 지난 여름 인천지역 화재건수만 190건이다. 하루 3.17건꼴이다. 오인 신고까지 합치면 실제 불을 맞닥뜨리든 아니든 화재출동이 일상인 삶이다.

마침, 최근 만나 얘기를 나눴던 인천의 한 소방대원은 직업으로 겪는 '스트레스'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모든 화재 신고 뒤에 화재 출동벨이 울린다. 출동에 나서면 무전기 소리와 사이렌이 귓구멍을 때리고 경력에 상관없이 다들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소방관은 업무 강도도 강도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다. 이런 신체 반응은 출동벨이 울릴 때마다 반복된다”는 것이다.

거기다 60X호 문 대신 50X호 문을 뜯었다가 받게 되는 민원들까지 쌓이다 보면 몸과 마음은 더 지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