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사회부장

올해 내내 우리 일상을 삼켜버린 코로나19가 나아지는가 싶더니 점점 짙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중심이던 초기 때와도 이태원 발 감염 확산 상황과도 매우 다른 분위기다. 해외사례로 먼발치에서 듣기만 했건만 우리 사회 곳곳에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교회, 음식점, 병원은 물론이고 구청사, 정부청사, 국회 셧다운까지. 이런 상황은 올 상반기만 해도 사실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달 중순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하며 좀처럼 진정세를 나타내지 못하자 사람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안전할 것만 같았던 공공기관들이 바이러스에 잇따라 뚫리며 더 그랬다. 무더운 여름에도 덴탈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두꺼운 KF94 마스크를 챙겨 들었다. KF94 마스크의 경우 각종 쇼핑몰에서 인기 검색어 상위에 또다시 랭크되는가 하면 가격 역시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그만큼 다들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땀이 쏟아지는 날씨임에도 KF94 마스크를 쓰고 어느 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는지도 모를 사람 속으로 들어가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제 가족을 위해 목숨 걸고 일터로 가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점심시간 찾는 식당도 사실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안 먹을 수는 없어 주변을 살피며 또다시 목숨을 걸고 한 끼 때운다.

코로나19 확산 분위기 속에 일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목숨을 거는 이들도 많다. 정부는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잠적한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바이러스 테러라던가 정부가 거짓 감염을 이야기하고 있다던가 하는 허무맹랑한 소문을 퍼뜨리기까지 했다. 정부가 광화문 집회 때 핸드폰 기지국을 통해 참석자들 명단을 확보하고 역학조사에 응하라는 행정명령을 각 시도가 내리고 있지만 이들은 검사를 거부하거나 잠적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목숨은 고사하고 남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적으로 교회발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교회 역시 대면 예배를 금지했지만 일부 교회들이 현장 예배 강행을 주장하면서 목숨 걸고 예배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달 들어 교회발 감염자만 1500여명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지만 쓰지도 않은 채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도 하루하루 넘쳐 흘러나온다. 목숨을 내놓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각한 코로나19에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급기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기로 했다. 30일 0시부터 다음달 6일까지는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포장•배달만 이용할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없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헬스장과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 38만여개 음식점과 제과점, 6만3000여개 학원, 2만8000여개의 실내체육시설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전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 4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당연히 서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올 수밖에 없다. 이미 PC방, 노래연습장 등 코로나19 확산 위험 고위험군 12개 업종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운영 중지된 상태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 문 닫는 동네 가게, 학교 못 가는 아이들이 더는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서야 한다. 더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3단계 격상은 피해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목숨 걸고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

정부도 목숨 걸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다시 어두워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코로나19가 감당 못할 재앙이 되지 않도록 눈물을 삼키고 따라야 하는 서민들을 위해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국민들의 심리적 위축은 대구•경북 지역의 확산 당시를 뛰어넘는 심각한 수준으로 봤다. 따라서 그때보다 더한 경제적 충격이 소상공인들을 덮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