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원, 계약재배 물량 구매
수업 전면 중단에 처리 난항
도·교육청 결단 필요성 제기
도민 관심·구매 촉구 목소리
▲ 지난해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수매한 감자 등의 친환경 농산물이 양평공사에 마련된 저장고에 있는 모습. 현재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자 ‘꾸러미 사업’과 ‘드라이브 스루’ 등을 활용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 급식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 '친환경 농산물' 유통망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도내 학생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고자 공들여 키운 친환경 농산물을 대부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일각에선 도민과 함께한 '착한 소비 운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에 따르면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학교 수업이 전면 중단된 영향이다.

교육부는 수도권 유치원과 학교(고등학교 3학년 제외)는 26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약 3주간 등교를 중단하고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키로 했다.

농진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하면서 친환경 농산물 유통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물거품된 상태”라고 말했다.

도는 친환경 농산물을 도내 학교 급식으로 제공하기 위해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공급한다. 계약재배는 친환경 농가가 일정 물량을 약속한 후 농작물을 재배해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의 학교급식 의존도는 2015년 31%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0%까지 오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이때문에 농진원은 농가를 살리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을 우선 구매했는데 문제는 판로다. 친환경 농산물은 농약 등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사용했지만 일반 농산물보다 보관 기간이 짧다. 그래서 제때 처리해야 한다.

농진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올해 감자·양파 손실액만 15억5300만원에 달한다. 또 올해 수매농산물 손실액이 109억400만원으로 예측됐다. 잡곡(23품목) 20억600만원, 콩나물콩 1억9100만원, 감자 16억5500만원, 양파 26억5000만원, 마늘 24억3300만원, 생강 19억6900만원 등이다.

농진원 관계자는 “하우스 등을 통해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한 농산물은 학교급식 중단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1년에 한 번 생산하는 농산물은 영향이 크다”며 “농진원 입장에서는 판로가 없더라도 무조건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학교급식을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결단이 필요하고, 도민들도 행정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도민들도 관심을 가지고 구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유진 안양군포의왕 친환경급식센터장은 "학교급식이 중단된 초유의 사태때문에 학교급식 유통망을 유지하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 친환경 농산물 소비 운동이 필요하고, 유통체계 유지를 위해 기존 급식배송업체의 배송수수료를 인상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도와 도교육청이 협의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개인 SNS를 통해 “지난 학기 급식에 써보지도 못한 채 저장 기간 초과로 감자와 양파를 전량 폐기했다”면서 “2학기 급식에 사용하기로 한 감자와 양파 역시 폐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도민의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최남춘·임태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