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밴드 요람 '락캠프' 문 닫을 판
실용음악학원 등 가욋일 수입도 뚝
연극배우 오프라인 공연 기회 잃어

우리 사회에서 예술인이 작품 활동으로 생계를 잇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 그들의 소득 방식은 교육사업, 예술과 관련 없는 아르바이트 같은 가욋일이다. 코로나19가 예술인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까닭은 이 같은 가욋일마저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용돈 정도 손에 쥘 수 있었던 각종 무대 역시 코로나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는 음향·조명 같은 스텝들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렸다.

인천 공연 기획 플랫폼 단체 '예술숲' 김면지 대표는 “식당도 문을 열고 다른 업종들도 안전 매뉴얼을 지키라며 영업을 하게끔 하는데 공연 분야는 무조건 취소·연기다. 예술을 직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인디밴드 안식처, 사라질 위기

인천 록음악의 산실인 '락캠프'(ROCKCAMP·부평구 소재) 사장이자 '정유천블루스밴드'의 보컬·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정유천(62)씨는 폐업의 기로에 서 있다. 1997년 부평구에 문을 연 락캠프는 인천 인디밴드들의 등용문과 같다. IMF도 견뎌냈지만 코로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정씨는 “돈이 아무리 없어도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항상 찾아와 IMF도 이겨낼 수 있었는데, 사람이 모이면 안 되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음악인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무대를 내줬던 락캠프지만,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씨는 올 상반기 받은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긴급대출금으로 임대료와 공과금을 근근이 메우고 있다.

정씨는 “대출 받기 위해 자료를 내다보니까 작년에 비해 매출이 50% 정도 줄었더라”며 “일단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자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락캠프의 어려움은 인천 밴드 음악인들의 어려움과도 같다. 정씨와 같은 밴드에서 활동 중인 한 멤버는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 전 40~50명에 달했던 수강생이 지금은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정씨는 “젊은 음악인들은 실용음악학원 같은 곳에서 레슨으로 수입을 만들어 왔는데 코로나 이후 거의 못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를 잃은 연극인들

42만원. 인천 한 극단에서 6년째 활동 중인 정모(37)씨가 코로나 사태 이전 한 해 동안 받았던 연극 출연료다. 정씨 연봉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코로나 여파로 올해는 오프라인 연극 무대에 한 번도 못 섰기 때문이다.

연극인으로는 드물게 결혼 후 아이도 둘을 낳았다는 정씨 역시 그간 생계의 바탕이 됐던 교육사업도 하기 힘들어졌다. 정씨를 만난 지난 19일에 예정됐던 교육사업이 또 하나 취소됐다.

“예술이 먹고 살기 힘든 직업인데 자식까지 있다 보니 더 힘드네요. 대출을 생각 중인데 예술인들은 대출도 만만치 않아요. 올해는 '교육사업'과 '공연'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저녁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는데 모두 무너졌습니다.”

코로나 피해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들도 그에겐 그림의 떡이다. 인천에 있는 극단 소속으로 활동하며 교육사업도 인천에서 쭉 해왔던 정씨지만 주소지가 경기도라는 이유로 인천시가 1가구당 30만원씩 지급했던 인천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정씨에게 손을 내민 건 시가 아닌 극단 동료들이다. 인천에 연고가 있는 극단원들이 지원금 못 받은 단원들을 돕자며 십시일반 25만원을 모아 준 것이다.

“가게는 폐업하면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만, 예술인들은 보이지도 않죠. 이 수많은 사람 속에 내가 설 자리 한 곳 없어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다고 생각하면…” 정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탐사보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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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생의 틈을 엿보다] 3. 소멸 중인 베짱이들의 '언더그라운드' '언택트'가 '뉴노멀'로 급부상한 세상. 정현(가명·인천 거주)씨는 술값을 잃었다. 정현씨는 인천 한 극단 소속 배우로 활동하며 공연 수입을 곧잘 '술값'에 비유한다.역할이나 인지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회당 3~5만원 받는다. 공연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라도 걸치면 끝나는 돈이다. 한 달 20일 공연한다고 해도 100만원이 안 되는데 정현씨는 술을 일주일에 2~3번 마시니까 남는 게 없다. 코로나19로 사랑하는 무대도 사라지고, 출연료도 끊긴 마당에 시름을 달랠 술상마저 버거워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