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며칠 사이에 크고 작은 동전들이 주머니에 가득차는 경우가 잦다. 그 중에서도 단위가 작은 동전들이 삽시간에 늘어나게 되는데 현지어에 서툴고 시간에 쫓기다보면 동전들이 계속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년에는 10원짜리 동전이 자취를 감추기 직전이지만 미국의 1센트 일본의 1엔 유럽연합의 공동통화인 유로의 1센트짜리가 대표적인 저액 동전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1센트짜리 동전 품귀현상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조폐국에 따르면 1센트 동전을 제조하는데는 액면의 두 배가 되는 2센트가 소요되는데 지난해에 70억개를 만들면서 7천만 달러(약 8백4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폐국에서는 120억 개의 동전을 만들어 냈는데 그 중 1센트 동전은 59%에 달하지만 사장되는 비율이 높아 매년 생산매수를 늘려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특정 액면의 동전이나 지폐의 발행을 중지시키는 권한을 가진 의회에서는 1857년 반센트짜리 동전발행 중지를 의결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1센트짜리 동전 발행을 중지해야 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레이크 포리스트 대학의 로버트 와플 경제학 교수는 제조원가도 액면의 배가되고 대부분이 사장되는 1센트 동전의 발행과 유통을 중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아리조나 출신 연방 하원의원으로 10여년 전에 1센트 동전 발행중지 법안을 발의했던 짐 콜베 공화당 의원은 당시 법안이 데니스 하스터드 하원의장과 일리노이주 출신 의원들에 의해서 저지되었는데 동전에 도안된 링컨 대통령이 일리노이 의회에서 8년간 활동한 인연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콜베 의원은 코로나 사태와 1센트 품귀현상을 계기로 의회가 발행중지를 의결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캐나다에서는 2012년에 1센트짜리 동전을 없앴고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최저액면의 동전 발행을 중지했다. 액면가치가 너무 작아 보조화폐의 역할도 미미할뿐더러 사장되는 비율이 너무 높고 제조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1센트 동전 폐기에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1792년 미국이 독립한 후 조폐국에서 주조한 최초의 동전 중 하나였고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와중에서 구리로 제조된 1센트짜리 동전이 항균성이 있다면서 계속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위시하여 결제수단의 다양화와 간편화로 우리나라에서도 보조화폐의 기능도 사라져서 대부분 사장되는 10원 동전의 운명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결정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