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사회부차장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은 인류에게 삶의 터전을 내주었고 인류는 자연을 활용해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개발이란 명목으로 거대한 숲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황량한 땅은 콘크리트 건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침수 피해를 일으킨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를 두고선 인류의 그릇된 욕망이 빚어낸 이상 기후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게 인간은 자연과의 공생이 아닌 피해만 끼치는 자연 파괴자(개발주의자)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한민국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보전 정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과밀화 방지와 자연환경 보전, 도시민의 여가지역 확보, 대기오염 예방, 상수원 보호,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도심 속 녹지 공간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 놓는 정책이다.

그린벨트가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깨끗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일종의 울타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는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결국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거창한 개발 명분을 내세우는 배경에는 그린벨트를 밀어내고 독점적 개발 행위로 손쉽게 이득을 취하려는 얄팍한 속셈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린벨트를 한 번 풀게 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자연에 큰 빚을 진 인류가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할 명분이 있을까.

현재 인천에선 그린벨트를 해제해 산업단지를 신설하는 '남촌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남동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남동스마트밸리개발㈜은 남촌동 625의 31 일대(26만6604㎡)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 등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 '포름알데히드•카드뮴•벤젠•비소 등 4개 발암물질이 위해도 지수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평가 결과가 공개돼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단지 인근 연수구 선학동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단지가 조성될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는 선학초로 약 89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500m 이내에는 3개 초교(남촌•연수•논곡)가 더 자리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조성돼 수많은 일자리가 쏟아진다 한들, 자연을 훼손하고 토착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류의 과오가 또 다시 되풀이돼선 안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푸른 자연과 공존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