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에 관해 생각해봅니다.

요즘 세대에겐 통닭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통닭이라는 말보다는 치킨이란 말이 더 익숙합니다. 사실 통째로 기름에 튀긴 닭을 일컬어 통닭이라고 부릅니다.

통닭에는 6.25전쟁이라는 아픈 역사와 우리 서민의 가난한 삶이 깃들어 있습니다. 광복과 전쟁 후 미군이 주둔하며 미국인들이 즐겨 먹던 '프라이드치킨'을 모방해서 한국식으로 닭을 튀긴 먹거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먹을 게 없었던 가난한 시절, 식용유는 석유보다 귀해서 기름에 튀긴 미국 프라이드치킨은 전기로 구워내는 통닭으로 일대 변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가 식용유가 없어서 프라이드치킨을 전기구이 통닭으로 변신시킨 것이 희한하게도 미국 치킨의 정통 모습이랍니다.

원래 미국 백인들의 정통 닭튀김 요리는 오븐에 통째로 굽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남부지방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이 백인들이 먹지 않고 내다 버린 닭 모가지와 발, 날개를 주워와 기름에 튀겨 먹으면서 오늘날 프라이드치킨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백인들의 정통 닭요리인 굽는 치킨이 흑인 농장 노예들에 의해 프라이드치킨으로 탄생하고 다시 돌고 돌아 한국으로 건너와 전기구이 통닭으로 정착한 것이지요.

이렇듯 한국인과 미국인의 대표 먹거리인 통닭(치킨)에서 한국 서민들과 미국 흑인들은 고단했던 삶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셈인 겁니다.

자, 역사니 기억이니 정통이니 하는 소리는 입 다물고 이제 통닭의 맛을 맛보러 가시죠.

▲ 인천일보가 뉴트로 문화를 소개하면서 연재하고 있는 영상과 기사 [뉴트로 인천봤씨유]가 여섯 번째로 찾은 '개항로 통닭' 입구.

 

▲ 미국의 프라이드치킨이 한국으로 건너와 전기구이 통닭으로 변모했다. 프라이드치킨은 조각내 튀긴 것이 특징이나 전기구이 통닭은 글자 그대로 통째로 굽는 게 특징이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전기에 굽게 된 것은 가난했던 시절 식용유가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통닭이라고 해서 똑같은 통닭이 아닙니다.

뉴트로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인천 개항로에 가면 '개항로 통닭'이라는 특별한 통닭집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해드린 대로 전기로 노릇노릇 구워낸 한국식 정통 통닭을 파는 집입니다. 우리식 정통 통닭이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여러 세대가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통닭집이 들어선 건물은 84년 전 1937년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진 건물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빈 곳으로 버려져 있던 이곳에 '개항로 통닭'이 들어서게 됩니다.

'개항로 통닭' 이창길 대표는 "세대와 관계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창길 대표의 바람대로 '개항로 통닭'을 찾은 손님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운 맛과 멋을 즐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인천의 옛 추억들이 곳곳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옛 추억과 옛 문화를 떠올리는 소품과 사진이 있습니다. 탁자와 의자도 촌스러워 보이는 물건들입니다. 마치 70년대 80년대 영화 세트장 모습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젊은층들은 전혀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습니다. 가게 간판 글씨는 과거 화려했던 시절 이 거리에서 극장간판을 그렸던 분이 직접 써준 것입니다.

운명의 장난처럼 40년 전 '개항로 통닭' 자리에도 통닭집이 있었다는군요. 40년 전에 통닭을 팔았던 옛 주인께서도 '개항로 통닭'을 방문해서 젊었을 때 추억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한손엔 닭 다리를 들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이죠.

통닭을 먹는 것은 미국 프라이드치킨의 역사와 한국 통닭의 역사를 응시하는 것이자 흑인 농장 노예들과 한국 서민들의 아픔을 곱씹는 것이지요. 특히 '개항로 통닭'에서 통닭을 먹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잇는 것이며, 인천의 근현대역사와 추억을 함께 즐기는 것입니다.

아니, 이거 맛있는 통닭을 앞에 두고 너무 심각해졌네요.

어쨌든 개항로에 오시거든, 출출할 땐 통닭입니다.

통닭!!!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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