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받는 개미들 “일단 한번 버텨보자”

 

개미는 베짱이의 비웃음을 들어가며 한여름 뙤약볕 아래 열심히 먹을 것을 실어 날랐다. 춥고 긴 겨울 날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겨울이 오자 노래 부르며 놀기 바빴던 베짱이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지만, 개미는 배부르고 등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2020년 8월, 서모(67·미추홀구 도화동)씨는 인천 한 요양병원에서 관리직으로 일해 왔다.

24시간 교대 근무를 했던 서씨는 지난 13년간 휴가도 한 번 못 받아보고 개미처럼 일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가는 권고사직. 코로나19로 환자가 줄어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다. 열심히 일한 뒤 따라오던 달콤한 열매는 이솝우화에서나 가능했다. 큰 수술을 4번이나 받아 몸에 성한 곳 없는 서씨는 이참에 쉴 수 있게 됐다며 되레 웃었다. 자녀들이 다 독립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관련기사3면

“환자가 절반은 줄어 관리직뿐 아니라 간호사들도 권고사직 당하고 있습니다. 일 시작하고 처음 쉬어보는데, 쉬면서 재취업 준비를 해야겠죠. 아내도 이제 일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서 경제적인 면에서 좀 걱정은 되네요.”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개미들을 베짱이로 만들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인천 실업급여 지급자 수는 올 1월 3만1075명에서 꾸준히 늘어 6월 현재 4만6861명이다. 지난해 6월 대비 1만5945명이 는 수치다. 코로나 영향이 가장 컸다.

반도체 소재 생산업체에서 근무했던 이모(41·남동구 만수동)씨는 “계약직으로 2년 일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일감이 줄어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실직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며 “계약직으로 같이 입사했던 분들도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코로나발 실업자들은 이솝우화의 베짱이와 같은 듯 다른 모습이다. 우화 속 베짱이가 노동을 멀리했던 게 본인 의지였다면 현실의 베짱이들은 자신의 뜻과 달리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가정이 있어 실업급여만으로는 당연히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아내가 허리가 아파 당분간 돌봐야 하지만, 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 여파로 재취업이 가능하겠냐며 실업급여로 버텨보자는 실직자들의 체념 속에는 우화 속 베짱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코로나는 정규직 일자리는 물론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귀한 일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가 대학생 7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9명이 코로나 전과 비교해 알바 자리가 줄었고, 여름방학 알바 구직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7월 말 실직한 김모(25·여·중구 북성동)씨도 당분간 실업급여를 받으며 쉴 생각이다. 김씨가 2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던 서울 소재 유통·출판업 회사는 한 때 밤샘 작업을 해야 할 만큼 일감이 많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를 비켜가진 못했다. 회사는 일감이 줄고 줄어 결국 폐업했다. 폐업과 동시에 함께 일하던 동료 15명도 모두 직장을 잃었다. 김씨는 “여기가 두 번째 직장이었다. 첫 번째 직장 다니다 그만두고 대학을 다녔고 졸업 후 이곳에 취업했다”며 “일한 뒤 처음 쉬는 셈인데, 코로나 때문에 재취업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실업급여가 있으니 일단 쉬면서 차근차근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탐사보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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