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들 못 만난지 반년
갈 곳 없어 공원 근처 맴돌고
복지관 폐쇄…컵밥으로 끼니

“그래 다음에 봐야지 어쩌겠어.”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이순년(83·남동구 구월동) 할머니는 휴대전화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30년 넘게 경기도 부천에 살며 만났던 친구들을 못 본지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4년 전 이사 온 인천에서 그나마 적적함을 달래준 공간이 마을 경로당이었는데 그마저도 문을 닫았다.

“오늘은 매일 나오던 양반들이 안 보이네.” 할머니가 찾은 곳은 집 앞 구월동 중앙공원. 평소 같으면 거의 매일 지하철을 타고 부천에 나가 친구들을 만났겠지만, 이젠 두렵다. 코로나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 평균 사망률은 약 2%에 그치지만 80세 이상 고령자는 사망률이 25%에 달한다. 자녀들 역시 가능하면 사람들 많은 곳은 조심하라고 단단히 이른다.

“하도 답답해서 코로나 이후 여기 공원이라도 나오기 시작했어요. 나오면 그래도 매미소리도 들리고 사람들도 지나다니고, 사람 사는 것 같잖아요.” 코로나는 어르신들의 발을 묶었다. 오가기 쉬웠던 경로당과 복지관이 문을 닫자 어르신들은 집에 갇히거나 거리로 내몰렸다.

올 6월 기준 65세 이상 인천 어르신들은 총 39만9555명으로 전체 인구의 13.6%다. 이 중 홀로 살아가는 어르신은 10만3302명(25.9%)이다.

이영순(89·연수구 청학동) 할머니 역시 갈 곳이 없어 그간 공원 근처를 맴돌았다. 공원 안에 너른 평상이 있지만 공원도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다가 최근에야 다시 열었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여름에 시원하게 있으면서 같이 밥도 먹을 수 있는 경로당이 최고”라며 “올해가 덜 더워 그나마 밖에 있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는 어르신들이 함께 밥 먹고 대화 나눌 자리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복지관에 나가 친구들과 밥 먹으며 담소 나누는 게 재미였던 강모(82·동구 송현동) 할아버지는 이제 차갑게 식은 '컵밥'으로 점심 한 끼 때운다.

“월요일에 복지관에 가면 다섯 끼 먹을 컵밥을 나눠줘요.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 300명 정도 복지관에서 밥을 먹었는데, 컵밥이 그간 함께 먹던 따뜻한 밥만 하겠어요? 식은 밥, 맛도 없어요.”

정부는 코로나발 경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올 상반기 긴급재난지원금을 풀었다. 하지만 정보에 어두운 누군가에겐 이마저도 먼 나라 얘기가 된다.

마모(83·남동구 만수동) 할아버지는 “연금 말고 받아 본 게 없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이 뭐냐. 그런 거 신청하러 간 기억도 받은 적도 없다”며 “코로나 전에는 팔도강산을 다 다녔는데 이제는 집 앞만 왔다갔다 하느라 답답해 죽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기준 인천 경로당은 총 1489개소다. 노인복지관은 19곳, 노인문화센터는 13곳이 있다.

/탐사보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