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의 소녀상으로 고향에 돌아온 이용녀 할머니. /사진제공=여주시

 

일제강점기 16살 어린 나이에 끌려가 싱가포르와 미얀마 등지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가 평화의 소녀상이 돼 꿈에 그리던 고향 여주에 돌아왔다.

13일 여주시와 여주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여주시민 565명과 120개 단체가 1년여 동안 모금한 4900만원으로 조성된 이번 '여주 평화의 소녀상'은 여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영선 작가의 약 10개월에 걸친 제작으로 지난 7일 여주 세종로 한글시장 입구에 설치됐다.

극악했던 일제 만행의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미래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건립된 여주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의 전쟁 범죄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이용녀 할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다.

가로 200㎝, 세로 130㎝, 높이 220㎝의 브론즈(청동) 소녀상과 화강암의 받침대와 배경석으로 구성된 여주평화의 소녀상은 자유와 평화의 이상이 실현된 시대, 새로운 역사의 출발과 먼저 떠나신 할머니들의 넋이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편히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나비와 일본 침략이라는 거센 역사의 바람에 맞서며 꿋꿋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소녀상 오른손에 놓인 작은 새는 평화와 희망을 상징하고, 손을 높이 들어 새를 받들고 있는 모습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 촉구를, 주먹을 힘껏 쥔 왼손은 한순간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할머니들의 숭고한 삶의 의지를 의미한다는 것이 작가의 제작 의도다.

제75회 광복절인 8월15일 여주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한글시장 입구에서 열리는 제막식에는 이항진 여주시장을 비롯해 김선교 국회의원, 박시선 여주시의회 의장 등 지역의 각급 기관단체장과 이영선 작가, 이용선 할머니 가족, 시민 등 50여명이 참석한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제막식은 김미진 등 지역 무용인들, '이등병의 편지'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가수 김현성씨, 타악그룹 '야단법석' 등이 식전행사를 펼친다.

이어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경과보고, 작가의 작품 해설과 함께 이용녀 할머니의 둘째 아들인 서병화씨가 '어머님께 드리는 글'을 여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낭송하고, 여주 평화의 소녀상 주제곡인 허진 작곡의 '가거든'을 여주평화의소녀상 청소년 오디션에서 우승한 김효린 양이 부르며 이용녀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간도 갖는다.

시는 이번 제막행사를 위해 의회 승인을 거쳐 제막행사 보조금을 지원하고 여주 평화의 소녀상 공공조형물 건립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항진 시장은 “아픈 역사의 굴곡에서 젊음과 꿈을 송두리째 빼앗긴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하며 특히 여주평화의 소녀상으로 돌아온 이용녀 할머니가 고향 여주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원한다”며 “미래 세대들에게 국가의 중요성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조각으로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주=홍성용 기자 syh224@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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