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왜 보지 않는가 … 고민해보셨습니까

-설자리 잃은 지역언론
군사독재 잔재 '전국 단위 중앙언론' 구조 속
디지털 발전은 지역 간 경계 무너뜨려
주민들 결국 자본 앞세운 양질의 콘텐츠 선택

-해법은 지역언론에 있다
좋은기사 반응 없어도 누구도 고민하지 않아
외면받는 이유 파악해 위기 타개에 노력하고
광고 중심 생존방식 벗어난 수익 모델 찾아야
청년들 혁신적 아이디어 유도로 여론 형성
건강한 지역언론 바탕 지방분권 이끌어야
▲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방분권과 지역언론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지역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건강한 지역언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중앙정부에 집중된 통치·행정권 일부를 지방정부로 위임하는 지방분권과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데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실현은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지역 언론학자인 장호순(61)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KBS·MBC와 같은 언론이 '전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거대 신문·방송사가 대부분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을 위주로 한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다른 지역 소식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실정이다.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는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학교와 직장 등을 보더라도 우리는 지역에서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소식 등의 '정보'는 전국 단위인 중앙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지하고, 지역주민끼리 소통도 잘하지 못한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실현의 핵심은 '참여'에 있다. 참여는 정보 습득에서 시작해 관심을 거쳐 행동으로 이어진다. 지역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역언론이 부실하다면 지방분권 등은 영원히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제자리걸음 '지방분권'…원인 '전국' 중심 언론 구조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방분권을 왜 해야 하느냐'는 부분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장 교수는 합의 내용을 실행으로 옮기려면 언론이 지방분권의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역주민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분권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역 여론을 형성하는 건강한 지역언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 사회가 국가 중심이다 보니 국가 권력을 견제하는 지방분권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여기에 KBS 등 영향력을 가진 언론이 지방분권에 큰 관심이 없어 점점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군사 독재 시절 이후 중앙집권세력이나 소수특권층의 잘못이 발견될 시 민주화 운동을 통해 극복하고 민주적인 국민 주권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군사 독재 잔재인 전국 중심 언론 구조 문제는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다. 집권세력이 중앙에 과하게 집중된 언론을 선호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보수와 진보 등 정치성향을 떠나 집권세력은 미디어 개혁에 전혀 관심이 없다. 서로 대립하면서도 관리하기 편한 전국 단위 언론 구조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묵시적 동의를 한 셈이다.”

장 교수의 주장은 전국 단위 언론이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언론이 주도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지역언론이 지방분권을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도 지역언론의 힘을 빼앗고 있다. “기술 발전이 지역언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위성방송이나 인터넷 등이 없을 때는 지역주민이 지역신문과 방송 등으로 소식을 접했고 참여로까지 이어졌다. 수도권에서는 인천일보가 그랬고, 경상도에서는 부산일보 등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점점 지역 간 경계가 무너졌고 중앙에서 생산한 신문과 방송이 생겨났다. 결국 전국과 지역이란 선택의 갈림길에 선 주민들은 인력과 자본 등을 앞세워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내는 전국을 선택했다. 이처럼 정치와 기술적 요인이 합치면서 지방분권은 물론 지역언론 역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방분권 촉매제인 지역언론의 현주소는

지방분권 실현에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역언론 역시 중앙언론과 권력 등에 눌려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축 현상'은 곧 지역신문에 대한 무시로 이어졌다.

“지난 총선을 비롯해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전국은 물론 지역언론을 통해 본인을 홍보한다. 하지만 당선 후 인터뷰 등은 전국 단위 언론을 중심으로 한다. 영향력이 큰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장 교수는 위축된 지역신문이 기지개를 켜기 위해 '왜 지역주민은 지역신문을 보지 않을까'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잘 만든 신문이 외면받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어떤 지역신문도 이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좋은 기사를 써도 반응이 없다면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봐야 한다. 지역주민이 '왜 볼 만한 기사가 없냐'고 말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조사하지 않는다. 조사를 위한 연구비 역시 누구도 내놓지 않는다. 지역언론은 재정 부족 문제에 허덕이고 있고 연구비는 중앙언론에서 모두 쓰고 있다. 답을 찾고 싶어도 찾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 놓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빛을 보는 지역신문은 존재한다. 장 교수는 충청북도 옥천군을 중심으로 하는 '옥천신문'이야 말로 본받아야 하는 성공모델이라고 칭찬했다. “옥천신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본다면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있다는 데 있다. 아울러 본인들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 분석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지역 내 경쟁 상대가 따라 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규모가 작은 지역언론이라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하지만 옥천신문보다 인력과 규모는 크지만 속은 부실한 지역언론이 많다. 더는 손을 놓고 있지 말고 상황 타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언론의 돌파구 … '청년층'에 집중하라

그동안 중앙과 지역언론은 광고에 특히 의존해서 생존해왔다. 과거에는 구독자의 구독료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휴대전화가 발전하면서 더는 신문을 사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독료로 인한 수입이 줄자 신문사 수입은 점점 광고에만 내몰리고 있다.

이를 두고 장 교수는 광고가 아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중에서도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에 초점을 맞춘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문제까지 겹치면서 암울했던 올해를 뒤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핵심 카드로 청년층을 꼽은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배달의 민족'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의 성공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 역시 신문처럼 네트워크와 정보를 활용해 호응을 얻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들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지역언론이 유도하고 상생해야 한다. 여기엔 청년 뉴스 창업이나 R&D(연구개발) 등이 답이 될 수도 있다. 청년이 새로운 기술과 환경에서 뛰어놀다 보면 분명 새로운 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장 교수는 지역에 튼실한 뿌리를 내린 지역언론이라면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은 있다고 평가했다. 단 과거 방식에선 벗어나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필요하다. 세종특별자치시만 해도 몇 년 전까지 지역 소식을 얻을 수 있던 게 개인이 만든 인터넷 카페가 유일했다. 이곳에서 지역 소식을 전하니까 지역주민에게 신뢰할 수 있는 '뉴스'가 됐다. 이처럼 지역에 대한 정보는 결국 지역언론을 통해서 나온다. 세밀함에 있어 중앙언론은 기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어려움을 겪는 지역언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먼저 협조를 해줄 만한 존재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의 지역언론은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물론 쉽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장호순 교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원 언론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장호순 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역언론 전문가다. 지방분권과 지역언론의 관계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연구는 독보적이란 평을 받는다. 실제 지역언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그의 저서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 <현대신문의 이해>, <지역공동체 신문>, <언론의 자유와 책임>, <지역사회와 언론> 등은 지역언론인의 교과서로 불린다. 장 교수는 새롭게 작업 중인 <자치와 분권, 지방소멸시대의 생존비결>에 대해 짧게 설명하며 “지방분권과 자치의 핵심은 결국 지역주민 참여에 있고 이를 위해 건강한 지역언론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