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생 회장 강조 불구 현실화 요원
일선 현장 배려·존중 여전히 아쉬움
“뒤죽박죽 엉켜있는 느낌” 실망 표출

공정성 기반 리더십·신뢰회복 필요
내부 “조금씩 달라질 것” 변화 의지

“이거 뭐 예비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무슨 일만 터지면 체육회가 나서 늘 교육 받으라고 호들갑을 떠는데, 솔직히 정신상태 바로잡는 교육은 지도자보다 대한체육회나 인천시체육회 직원들 스스로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선 지도자들을 여전히 일방적인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지난 10일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남동구 구월로 251) 소강당에서 열린 '지도자 대상 대한체육회 인권 특별교육'에 참석했던 한 현장 체육인의 '일갈'이다.

교육 자체가 잘못이라기보다, (성)폭력 등 각종 사건•사고가 스포츠계에서 불거지면 이 모두가 마치 지도자들만의 문제인 양 모아놓고 훈계하는 듯 하는 형식이 불쾌하다는 의미다. 특히, 그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체육회-현장 체육인 간 일방적인 갑을 관계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감정이 느껴져 더 불편하고, 속상하다는 것이 이들의 속내다.

 

▲배려와 존중 부족, 의심받는 공정성

이렇듯, 현장 체육인들은 평소 체육회가 자신들과의 관계에서 배려와 존중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점을 가장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일부 직원의 퉁명스럽고 고압적인 태도부터,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이견이 존재할 때 조율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결국 체육회 마음대로 결정이 이뤄지는 다소 일방적인 행정처리 관행까지, 속상하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다.

예산 집행과 조사 및 감사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 체육회(직원)에 찍히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목소리를 솔직히 내다 체육회 눈 밖에 나는 것 보다, 그냥 참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라면 능력인 게 현실이다.

한 지도자는 “솔직히 체육회에 불만이 있어도 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목소리 내기 쉽지 않다. 잘못 보이면 우리 팀 전체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잘 지내려고 늘 신경을 쓴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직원과의 친소관계가 팀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는, 결국 체육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을 의심받도록 만드는 치명적인 독약이 된다.

최근 인천시체육회 직원 4명이 2017년 말 한 주점에서 인천시청 여자 핸드볼팀 선수들에게 강제로 술을 따르게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당시 이들이 내놓은 '선수단 격려'란 명분에 대해 안팎에서 비판이 나온 이유도 바로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을 폭로하자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였을 뿐 술 강요나 신체접촉 등 부적절한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운 '선수단 격려'란 명분에 대해 반박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다.

체육회 직원들의 사적 모임이 공적 영역의 업무인 선수단 격려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직원과 지도자 또는 선수 사이의 친소 관계에 따라 특혜 또는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란 논란이 필연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는 결국 체육계 전체의 내부 분열과 대결, 반목을 부르게 된다는 논리다.

 

▲여전히 구호일 뿐, 이제 뿌리 내려야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체육회-현장 체육인간 진정한 동반자 및 파트너 관계는 요원할 수밖에 없고, 체육회 역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수요자 중심의 체육행정 실현'이란 원칙이다.

이 원칙의 핵심은 상호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공정하고, 섬세한 행정이다.

이규생 회장은 당선 이후 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원칙이 조직에 뿌리를 내리기는커녕, 여전히 구호에만 머물고 있다.

이는 인천시체육회가 인천시청 핸드볼팀 선수들의 폭로 이후 지금까지 불거진 각종 사안을 바라보는 잣대와 또 처리하는 방식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여전히 구시대적인 잣대로 상황을 인식하고, 낡은 방식으로 대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안팎의 평가다.

한 지도자는 “체육회는 우리 체육인들이 믿고 의지하는 큰집이자, 아버지 같은 곳이어야 한다. 먼저 고민해서 방향을 제시하고, 공정한 행정으로 신뢰를 쌓으면서 리더십을 발휘해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초대 민선 이규생 체육회장에게, 이처럼 원칙이 살아있고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그런 체육회를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좀 실망스럽다. 뭔가 그냥 뒤죽박죽 엉켜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한 직원은 “입사 전 내가 현장에 있을 때 나도 체육회(직원)를 경험했다. 내 기억 속에 그들은 대부분 고압적이거나, 무심하거나, 불친절한 눈빛으로 나를 대했다. 예전에는 정말 그랬다. 이처럼 우리도 현재 현장 체육인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다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명심하고 있다. 아직까지 부족하지만 분명히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