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훼손없이 침수 보상금
도 이재민 50% 이상 해당 추정

가전제품·집기류 피해 수천만원
이재민들 현실적인 보상금 촉구
행안부 “가전 복구비 등 법적 검토”
▲ 집중폭우로 저수지 제방이 붕괴되면서 집 절반이 물에 잠긴 이천시 율면 산양리 양 모(78) 할아버지 가족이 침수로 피해를 입은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난 2일 오전 7시30분쯤 이천시 율면 산양저수지의 둑이 무너지면서 양모(78)씨 집에 수마가 덮쳤다. 허리까지 물이 잠기면서 집 안팎에 있던 살림살이가 모두 부서지거나 유실됐다.

그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는 어디론가 떠내려가 찾을 수도 없었다. 큰마음 먹고 장만했던 냉장고와 TV, 선풍기 등 가전제품은 물에 젖어 회복이 불가능했다. 집에 남은 건 훼손이 덜한 식탁과 일부 옷가지, 이불뿐이다.

양씨는 “조금이나마 피해를 덜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움직였지만 소용없었다. 쌀과 밥솥도 떠내려가 햇반 등 일회용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며 시와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에게 지원되는 정부의 복구비는 90만원이 전부다. 딱 집 장판과 벽지를 도배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그는 “피해복구 비용에만 족히 2000만원 드는데, 복구비가 적어 막막하다”며 “농경지도 물에 잠겨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경기도내 곳곳에서 생활 터전이 물에 잠긴 이재민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복구작업으로 생계를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에서 유실되거나 망가져 못쓰게 된 '살림살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민들은 정부가 현실적인 피해 보상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와 시·군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주택 침수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게 복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설물마다 국비와 시비 지원 비율이 다르지만 통상 국비와 시비 6대 4 매칭이다.

가정집은 침수 파손 상태에 따라 지원 규모가 나뉜다.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는 완파의 경우 최대 4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건물 훼손 없이 일시적으로 물에 잠긴 '단순 침수'는 90만원이다.

하지만 주택 침수와 함께 뒤따르는 '살림살이 피해'에 대한 복구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가전제품과 집기류 등을 지원할 근거가 없어서다.

도내 이재민 중 산사태 등으로 집이 완전히 없어진 주민보다 단순 침수 피해를 본 이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9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도내 이재민은 10개 시·군에서 238가구, 419명이 발생했으며 각 시·군은 50% 이상 물이 잠겼다가 빠진 정도의 피해만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군의 재난 지원 규모를 늘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도 딱히 이재민을 도울 방법은 없다. 도로 등 공공시설 복구에 대한 국비 비율이 높아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시·군은 복구비를 확대할 방안을 검토 중이나 법적 근거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은 행안부 지침에 따라 나가기에 더 줄 수도 없다”며 “자체적으로 지원할 방법도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살림살이까지 지원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 없어 이재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가전제품과 집기류 등에도 복구비를 줄 수 있는지 법적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