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제 이주민들의 '생존권 투쟁'
성남시 태동 계기…진실 규명은 미진
내년 50주년 앞두고 토론회 등 진행

 

“광주대단지 사건은 성남시 역사의 시작입니다. 시민들이 새로운 역사의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의무입니다.”

하동근(67·사진)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10일 이같이 말하고 “정부는 광주대단지 투쟁 4개월여 만에 성남을 독립자치단체로의 이행을 약속했다. 이처럼 이 사건은 성남시 역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광주대단지 사건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민간차원에서만 추진됐었다”며 “지난해 6월 '성남시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고 민관 거버넌스 형태의 추진위를 꾸렸다. 이는 광주대단지 사건에 대한 재평가 사업이 민간에서 공적 부문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대단지사건은 서울시의 무허가 주택 철거계획에 따라 경기 광주군 중부면(현 성남시 수정·중원구) 일대에 강제로 이주당한 주민 5만여명이 1971년 8월10일 최소한의 생계수단 마련을 요구하며 정부를 상대로 벌인 생존권 투쟁이다.

추진위는 내년까지 성남의 뿌리인 광주대단지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펴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광주대단지 사건 토크 콘서트, 연극 상연, 특별전시, 사건의 이름을 짓기 위한 토론회 등을 진행한다.

그리고 광주대단지 사건 50주년인 내년에는 기념식, 학술심포지엄, 악극 공연, 아카이빙 및 전시, 역사책 발간, 조형물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광주대단지 사건에 대한 시각이 학자마다 엇갈려 아직 성격을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주대단지 사건의 주체 분석이 우선 돼야 한다. 하지만 누가 주체였냐부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했다.

또 “10월쯤 광주대단지 사건 이름을 짓기 위한 토론회를 열어 공식화할 계획”이라며 “2020년은 광주대단지 사건이 성남시 공식 역사에 기재가 되는 전환점이 되는 해”라고 했다.

그는 광주대단지 사건을 규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정부가 광주대단지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폭도로 규정하고 언론은 그대로 받아 썼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맥락과 정책 집행 과정을 살피지 않고 나타난 현상만 본 것이죠. 정부가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주민들이 나쁜 사람이 된 셈이죠. 시민들도 성남지역에 산다는 것이 취직 등에 마이너스라고 판단해 사건을 감추려 했습니다.”

그는 광주대단지 사건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한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개발주체인 서울시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있었습니다. 도시기반시설도 구축하지 않은 채 주민들을 입주시켰습니다. 토지 대금을 올려놓고 세금을 징수하려 했어요. 이주민들의 불만이 시위로 표출됐고 그 과정에서 100여명이 다치고 21명이 구속됐습니다. 피해자 명예 회복은 국가 사무입니다.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정치인들과 함께 입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하동근 위원장은 왜곡된 광주대단지 사건에 대한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은 도시의 역사로부터 비롯됩니다. 이 사건은 성남시를 넘어 한국 근대사에서도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민, 특히 어린이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겠습니다.”

/글·사진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