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대이작도(大伊作島)는 임진왜란 때 피란한 이들의 안식처였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도 고향을 찾지 못한 난민들이 은거하며 '해적활동'을 벌였다고 알려졌다. 지금도 북쪽 해안가 휘청골이란 골짜기엔 그 당시 해적이 살던 집터와 무덤이 존재한다. 해적이 숨어 지낸 섬이라 해서 대이적과 소이적으로 일컫다가, 오늘날엔 대이작과 소이작이라고 부른다. 이작도는 옹진군 자월면(紫月面)에 딸린 작은 섬(면적 2.57㎢)이다. 인천에서 뱃길로 44㎞, 섬 동쪽 소이작도와는 200여m 떨어져 있다. '섬마을 선생' 영화 촬영지로도 이름난 이작도엔 아늑한 해변이 곳곳에 자리해 피서지로 각광을 받기도 한다.

대이작도는 '풀등'으로 유명하다. 풀등은 모래섬이다. 조류변화(썰물과 밀물)에 따라 바다를 가르고 우뚝 솟아올랐다가 다시 물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신비하다. 풀등은 거대한 모래사구를 형성해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모래섬은 길이 7㎞, 폭 1㎞, 면적 30만여평에 이른다. 하루에 2차례 모래섬이 드러나면, 배를 타고 들어가 산책·족구 등을 즐길 수 있다. 이 일대 바닷모래 채취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풀등. 생태적 가치와 함께 그 희소성을 잘 살려 관광자원으로 삼아도 그만이란 얘기를 듣는다.

이런 대이작도 풀등 인근 해역에서 옛 도자기가 발견돼 주목을 끈다. '제2 신안선' 발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민 그물에 걸린 도자기는 청자 계열로, 훼손 없이 온전한 형태를 띤다. 해저 유물로 확인되자 문화재청은 정밀조사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고려 때 무역항로였던 대이작도 부근 해역에서 중국 원나라 시대로 추정되는 도자기를 보고 수중 발굴·탐사 전용선박인 '누리안호'를 투입해 고선박과 추가 유물 존재 여부를 파악하기로 했다. 11일쯤부터 수중 문화재 지표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2012년 말 취항한 누리안호가 처음 수중 조사를 벌였던 곳도 '영흥도선'을 발굴했던 영흥도 근처 바다였다. 영흥도선의 경우 2010년 11월 긴급탐사에서 유물 246점을 인양하면서 3년 정도 발굴조사로 이어졌다.

국내 수중 문화재는 갯벌과 모래가 두텁게 쌓인 황해에서 주로 발견된다. 난파선과 유물 위로 갯벌이 쌓이면서 일종의 보존 처리 구실을 하는데, 퇴적층이 노출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모래 채취의 역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이작도와 가까운 선갑도 해역 모래 채취로 해저 지형이 변화하면서, 갯벌과 모래 속에 묻혔던 고선박과 유물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인천엔 곧 국립해양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해양박물관에선 인천 앞바다가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역사적으로도 여러 의미를 담았으면 싶다. 아무쪼록 이번 발굴조사가 도자기 한 점에 그치지 않고, 많은 유물 발견으로 이어져 시민들에게 풍성한 '교육자료'로 남길 바란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