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이천 산양저수지 '저수량 10 ~20%권고' 안 지켜

시 “배수관 작아 물 잘 안 빠진 듯”
▲ 5일 오전 장맛비로 저수지 제방이 붕괴돼 큰 피해를 입은 이천시 율면 산양리에서 복구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마을 어르신들이 근심스런 표정으로 도움의 손길을 지켜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집중호우로 제방이 붕괴한 이천 산양저수지가 장마가 오기 전에도 총저수량의 약 70%를 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규정은 장마가 오기 전 물을 10~20%까지 빼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충분한 배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5일 경기도와 이천시 등에 따르면 이천시는 지난달 23일 율면 사무소에 공문을 통해 산양저수지 수문을 개방할 것을 지시했다. 경기남부지방 등에 장마전선이 상륙한 상황에서 호우피해를 예방해 저수 용량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농림부의 댐 설계기준에 따르면 저수지는 호우피해를 대비해 저수용량의 10~20%까지 물을 뺄 수 있다. 면적 1만7490㎡ 총 저수량 6만5000여t의 산양저수지는 물을 6500~1만3000여t까지 빼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산양저수지의 물을 충분히 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7일 기준 산양저수지 저수량은 약 75%로 4만8000여t의 물을 담고 있었다. 그러다 29일 집중호우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수문을 모두 개방해 뒤늦게 물을 흘려보냈다. 결국 불어 난 물을 견디지 못한 제방은 지난 2일 무너졌다. 넘친 저수지 물은 산양천으로 급격히 쏟아지며 인근 30여 가구와 농경지가 침수손해를 입었다.

이천 산양1리 한 주민은 “비가 오기 전까지 별도의 배수 작업은 없었고, 통상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물만 흘려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미리 제방을 열어 뒀으면 제방 붕괴를 막을 수 있었으리란 지적이 나온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저수지에 홍수조절 기능은 없지만, 장마가 오기 전 물을 빼놓으면 피해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도 이번 장마 전 물을 미리 빼놨다”며 “이천 산양저수지의 물이 왜 빠져있지 않았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정확히 몇 퍼센트까지 물을 배수하라는 것은 없으나, 장마로 인한 수해피해가 예상돼 지자체에 저수지 용량을 관리하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난해 가뭄으로 고생을 겪은 만큼 올해는 저수지에 최대한 많은 물을 담아놓고자 노력했다. 그런 상황에서 장마가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물을 빼는 결정은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고 해명했다.

실제 도는 장마 기간 전 지난해 대비 더 많은 물을 저수지에 담고 있었으며, 지난달 27일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내 243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평년보다 많은 82.4%였다.

이천시 관계자는 “산양저수지는 물을 배수할 수 있는 능력이 크지 않다. 가로세로 50㎝ 정도의 배수관을 통해 물을 흘려보내는데, 배수관을 계속 열어놨음에도 물이 많이 빠지지는 않은 것 같다”며 “장마가 오기 전 저수율도 60~70% 정도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1966년 농업용저수지로 지어진 산양저수지는 높이 10m, 길이 126m로 총저수량은 6만5000t이다. 인근 논 23ha에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한다.

/홍성용·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