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부터 출몰 어업 방해
어구에 뒤엉키면 유실되기도
크고 질겨 제거하기도 어려워
자연발생 탓 해결방안도 없어
/사진제공=독자

 

“여름만 되면 바다를 점령하는 똥풀(모자반류의 해조류) 때문에 죽겠어요.”

수십 년 동안 어업 활동을 해온 장출열(69)씨는 여름만 되면 바다의 무법자로 변하는 특정 해조류(사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바다에 홍어 잡는 어구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른바 똥풀로 불리는 모자반류 해조류 때문에 아직 어구를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리 어구를 설치해봤자 이 해조류가 걸리면 아무 소득이 없는 헛수고가 된다고 장씨는 하소연한다.

운이 나쁘면 해조류에 걸린 어구가 유실되기도 한다. 장씨는 “어구에 해조류가 걸려 유실되는 일이 다반사”라며 “차라리 9월쯤 되면 문제의 해조류가 사라지니 그때까지 어업 활동을 쉬어야 하나 고민이 든다”고 털어놨다.

5일 서해5도 어민들에 따르면 여름만 되면 바다 위를 뒤덮는 특정 해조류 때문에 어업 활동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어민들이 말하는 이 해조류는 갈색을 띠고 있고 서로 뒤엉켜 있어 흡사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머리카락 한 뭉치를 연상케 한다.

서해5도 주민들 사이에선 어업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똥풀'이라 불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홍어 금어기가 끝나서 바다에 어구를 설치해야 하는 대청도 어민들은 이 해조류 때문에 제때 어구를 설치하지 못한 채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어민들은 해조류는 6월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다가 7월 햇볕을 받아 죽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또 8월에는 죽은 해조류가 바다로 가라앉는다.

배복봉 대청선주협회장은 “이 해조류들은 해양 쓰레기처럼 치우거나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매년 어업 활동을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칼로 잘라도 잘 안 잘릴 만큼 질길뿐더러 크기도 커서 자칫 어구에 뒤엉키면 어구가 유실되기도 한다. 어민들은 당연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평도에서도 통발에 뒤엉킨 해조류를 제거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연평도 어민 박태원(60)씨는 “통발 줄에 매달린 해조류를 제거하느라 한 달 동안 어민들이 고생이 많았다”며 “지금도 매일 바다로 나가서 통발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수산자원연구소 관계자는 “수온 상승과 해수 이동으로 모자반류의 해조류 등이 군락을 이뤄 어구에 피해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 발생적인 부분이다 보니 별다른 해결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