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미픽味] 옥련동 '야나기'
[픽미픽味] 옥련동 '야나기'
  • 여승철
  • 승인 2020.08.04 17:15
  • 수정 2020.08.19 16:12
  • 2020.08.05 14면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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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 별미 기행

잠시 멈춤의 시간…음식으로 치유 받았으면

 

▲ 다큐멘터리 사진시집 <청계천 탱크>의 저자 안미경 작가가 퓨전일식 전문점 '야나기'를 찾았다.
▲ 다큐멘터리 사진시집 <청계천 탱크>의 저자
안미경 작가가 퓨전일식 전문점 '야나기'를 찾았다.

“지난해 9월 발간한 <청계천 탱크>나 제가 그리고 있는 인물 추상화도 그렇고 앞으로 다룰 예정인 을지로 출판거리와 인천의 난민과 이주노동자 등은 모두 사람 이야기에요. 제가 원래 사람들을 좋아해요. 세상에 안미경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작품을 내놓을 때는 사람들에게 받은 감동 이야기를 그려낼 거에요.”

인천 옥련동의 퓨전일식 전문점 '야나기'를 찾은 안미경 작가는 재개발로 쫓겨날 위기에 몰린 청계천 공구상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시집 <청계천 탱크>를 펴낸 사진작가면서 개인전을 두 차례 가진 서양화가이자 시인이지만 본래 직업은 32년째 교단을 지켜오고 있는 인천 부평 미산초등학교 5학년 3반 담임 선생님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새학년이 됐어도 개학을 못하는 사태를 처음 겪었지요. 아이들을 처음 본게 4월16일 온라인 수업에 앞서 교과서를 나눠준 4월 초였어요. 그때도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서 마스크 쓰고 만났지요.”

안미경 선생은 요즘도 매주 29편의 수업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자료 수집부터 녹화, 편집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초기에는 녹화하다가 마음에 안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조금 지나 편집에 익숙해지니까 잘못 되면 커트하고 다시 이어서 녹화하고 있지요. 남학생들은 유튜브나 게임에 익숙해서인지 온라인 수업에 쉽게 적응하는데 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부평 지역은 '쿠팡 사태' 때문에 다른 곳보다 늦은 6월12일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20명의 학생중 남학생 10명은 목요일, 여학생 10명은 금요일에 만난다. “아이들을 본지 한달반만인 지난 7월31일 방학을 했어요. 오는 24일 개학까지 또 아이들을 못보게 됐지요. 2학기 때는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려니 하고 기대하고 있지만 어떻게 급변할지 몰라 안타까워요.”

사람들을 좋아하는 만큼 아이들도 사랑스러워하는 안 작가는 최근 아이패드 전문가용을 샀다. 아이들의 얼굴을 드로잉으로 올릴까 하는 생각에서다. “스승의 날 카톡 편지로 '선생님을 영상으로만 만났는데 우리를 정말 사랑하는걸 느꼈다'거나 카네이션 꽃 사진을 찍어 보내와서 감동 받았어요. 대면을 안해도 이렇게 교감이 되는구나. 선생과 학생들이 진심이면 마음의 물길이 열린다고 생각해요.”

안 작가의 다큐사진이나 인물추상화는 모두 사람들과 또는 세상과 나누는 소통의 수단이다.“제가 인물추상화를 하게 된 계기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단순 인물화보다 저만의 느낌을 담은 인물화를 남기고 싶었어요. 감동받은 사람의 얼굴을 구상으로 6개월 동안 먼저 그린 뒤 제 마음속에 있는 느낌으로 몇 번씩 고쳐가며 추상화 작업을 통해 작품이 만들어져요. 다큐멘터리 사진은 '나 혼자만 좋다고 그림을 그리는게 옳은 일인가'하는 성찰이 있었고 '남에게 도움이 될 일이 무얼까'하는 고민 끝에 사진을 배우게 됐어요.”

안 작가는 을지로 출판거리, 인천의 이주노동자들을 담아낼 작품 활동이 코로나 때문에 '잠시 멈춤'이지만 다시 사람들을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제가 늦게 그림과 사진을 배운 것처럼 '야나기' 홍 석 대표도 늦깎이로 요리 유학을 갔던 만큼 깨달음은 깊을 거예요. 또 저는 작품으로, 홍 대표는 음식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비슷한 점이 있네요.”

 


 

-그 집 이야기

일본 전국요리대회 휩쓴 일식 대가, 가성비까지 챙겼다

 

 

 

“일본어로 '야나기'란 버드나무 류(柳) 자이지만 일식 주방 용어로 '사시미 칼'을 뜻하지요. 원래 버들 류와 칼날 인(刃)을 합해서 '야나기바(柳刃)'가 정식 명칭인데 보통 '야나기'로 통해요.”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꽃게거리'에 있는 퓨전일식 전문점 '야나기'의 홍 석 대표는 일본 도쿄에 있는 이케부쿠로(池袋) 조리사 전문학교에서 정식으로 일본요리를 배운 정통파다. “제가 서른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일본으로 요리유학을 떠난 계기는 일식집에서 만들고 있던 저의 음식이 일본요리가 아니라 한식이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당시 제가 일하던 일식집 사장님이 계절마다 일본에서 특별한 분을 초청해서 코스요리 메뉴를 바꾸는데 그분 요리를 보니 '이게 진짜 일본요리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제 실력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이 일본 왕으로부터 상도 여러 차례 받은 유명한 일본요리의 장인이었어요.”

일식집에서 일한지 6년만에 일본 유학을 가려하자 주위에서는 “곧 주방장이 될텐데 굳이 돈 들여서 일본까지 가느냐”며 만류도 있었지만, 당시 한식을 하던 어머니와 일식을 하던 형이 “지금 제대로 배우면 나중에 요리생활하는 몇십년동안 큰 도움이 된다”는 적극적인 권유로 유학을 떠났다.“2년의 어학원을 거쳐 2년 코스의 이케부쿠로 조리학교에서 2003년 외국인 최초로 1등으로 졸업하고 정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어요. 조리학교 재학동안 일본의 전국요리대회에서 세 차례 수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자 나가노 호텔에서 취업제안을 받았지만 사양하고 귀국했지요.”

홍 대표는 요리사가 꿈은 아니었다. 해군에서 암호병이라는 특수보직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전역하면 군무원이 보장됐다. 하지만 제대 즈음에 형이 일식을 배워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과 함께 유명 일식집을 추천하면서 홍 대표의 인생이 바뀌었다. “여의도에 있던 '대어'라는 일식집인데 설거지부터 시작했어요. 점심때만 뚝배기 600그릇을 닦았지요. 그러면서 다른직원들 퇴근하면 밤 10시부터 칼쓰는 법부터 혼자 연습했어요. 야채, 생선 손질, 탕 끓이기 등을 거쳐 마지막에는 회 뜨고 초밥도 치게됐고 요리유학도 다녀오고 지금까지 일식 요리사로 이어오고 있지요.”

경기도 양주 출신의 홍 대표가 인천과 인연을 맺은 것은 친형처럼 따르는 일식요리 선배들의 권유로 송도신도시에서 개업하면서부터다. “2012년 9월에 월드마크 2단지에서 17평짜리 작은 가게로 시작했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퓨전일식'이었는데 일본에는 '퓨전'이란 말이 없고 '창작요리전문점'이라고 해요. 요리는 최고의 재료로 정성으로 조리하고 다른 집보다 조금 더 주는,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아야 해요.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새벽마다 노량진수산시장과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을 오갔어요. 그러자 6개월만에 입소문이 나서 서울에서 손님이 오기도 하고 일본에 갔을 때는 거기서도 '야나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스스로 '일 중독자'라는 홍 대표는 혹사한 몸이 상해 매일 진통제를 먹고 일해야 할 정도가 되자 7년만인 지난해 9월 첫 가게를 접었다. 6개월 정도 몸을 추스른 홍 대표는 지난 3월 이곳에 두 번째 '야나기'를 열었다. “계약서 쓰고 일주일만에 '신천지 사태'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하게 증가했어요. 개업을 미룰까 고민도 했지만 건물주인의 배려로 지금까지 어려움 없이 손님을 맞고 있어요.”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의 정기모임을 포함,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이 자주 찾는 '야나기'는 배우 김승우·김남주 부부를 비롯한 성동일, 김한석 등 연예인과 프로축구 이동국 선수도 단골이다.

16인석 대형룸과 6인석 룸 6개, 홀에 6인석 테이블 2개 등 최대 70명까지 한번에 맞을 수 있다. 8대까지 주차 가능한 자체 주차장도 있고 주변 노상주차장도 있다. 032-833-6186

 


 

-그 집 추천 메뉴

새콤달콤매콤...바삭한 가지의 무한변신

 

퓨전일식 전문점 '야나기'의 홍 석 대표는 다양한 창작요리를 만들기 위해 신선한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쓰고 있는데 제주에서 갈치, 주문진에서 골뱅이, 포항에서 문어, 목포에서 민어 등을 공수해서 받고 있다.

 

※ 가지깐풍

깐풍은 매운 듯하면서 달콤한 맛을 내는 중국 소스 이름으로 굴소스, 간장, 식초, 설탕과 함께 윤기가 나면서 끈적끈적하기 위해 물엿을 더한다. '가지깐풍'은 프라이팬에 깐풍소스를 졸인 뒤 튀긴 가지를 굴려준다. 아몬드 슬라이스와 매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 태국고추 몇 개를 올려주면 비주얼도 살아난다.

※ 게살·_아보카도 샐러드

토마토, 게살, 아보카도 3단콤보로 얹은 뒤 새싹을 올려 비주얼을 높이고 발사믹 시저 드레싱을 뿌려준다. 게살은 마요네즈로 버무린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아보카도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건강 과일로 퓨전 음식의 열풍과 함께 요리를 장식하거나 소스의 재료로 애용되고 있다.

※ 연어샐러드

'야나기'의 연어샐러드는 연어를 주재료로 각종 야채를 바닥에 깔고 견과류를 얹은 뒤 소스 3개를 뿌려 맛을 낸다. 홍 석 대표가 일본 갔을 대 처음 일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배운 이태리 샐러드 드레싱은 식초, 간장 등 기본 소스에 구운 피망을 다져 더한다. 간장 드레싱과 발사믹 드레싱은 진한 맛이 나게 졸여주면 한국인의 입맛에 어울린다.

※ 와규 스테이크

일본산 쇠고기인 와규(和牛) 업진살을 숙성시켜 스테이크처럼 구운 뒤 달콤하면서 간을 맞춰주는 데리야키 소스를 끼얹어준다. 젓가락으로 집기 좋게 잘라서 나온다. 구운 양파와 토마토, 할라피뇨 고추, 상추 등으로 플레이팅을 하며 슬라이스 된 마늘을 튀겨 스테이크 위에 뿌린다.

홍 대표는 “숙성이란 육고기나 생선의 살이 가진 수분을 빼내는 것이며 숙성의 비법은 정성”이라며 “수분을 빼내면 육질이 질겨지는게 아니라 쫀득함이 나게 되는데 보통 숙성을 시작한지 8시간쯤 지나야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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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 2020-08-05 14:00:12
청계천 탱크 작년에 잘 보았습니다. 청계천에 살아 있는 혼을 불어 넣어주시는 작가님. 책이 너무 훌륭합니다. 향후 종이문명, 화폐문명, 이주민, 부평에 관한 다큐 작품 많이 기대됩니다.

나그네 2020-08-05 13:34:47
훌륭하십니다~~

현봉이 2020-08-05 08:42:24
안미경 작가님 항상 응원합니다. 좋은 기사 잘 보고갑니다

현봉이 2020-08-05 08:02:00
안미경 작가님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