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인접해 있는 메릴랜드주에는 그린벨트(Green Belt)라는 인구 2만여명의 도시가 있다. 연방재개발청이 1935년에 조성한 중산층을 위한 기획도시로 도시주변은 공원과 같은 녹지로 둘러싸여 있다. 주민들의 대부분은 워싱턴의 연방정부에 근무하는 사람들인데 주변에는 그린벨트 파크, 국립농업연구센터,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등이 자리잡고 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착륙직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런던시는 정원 같은 대도시의 인상을 받는다. 시내중심가에도 고층건물이 많지 않은 런던의 녹지대는 1935년 그린벨트 정책에 따라 도시 외곽지역에 건축물의 신축이나 증축을 억제하기 시작하면서 생성되었다. 1955년에는 이 같은 정책이 다른 대도시들로까지 확대되어 영국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 주변의 녹색환경에 경탄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는 1971년 건설부 고시 제447호로 수도권 일부를 녹지대로 묶는 것을 시작으로 77년 전라남도 여천 일부를 마지막으로 지정하면서 전 국토의 5.4%인 597㎢를 휘감은 후 단 한치도 줄이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외국에서도 20세기 국토계획중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환경보호정책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에서는 대도시 주민들의 숨쉴 공간을 확보한 박정희 대통령 최대의 걸작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에게 누가 그린벨트 아이디어를 제공했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다.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씨에 따르면 영국주재 대사들로부터 런던의 그린벨트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보인 적은 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환경과 녹지의 보호를 생각했다는 자체가 원대한 발상이었다. 72년부터 79년까지 그린벨트 관리 잘못으로 2526명의 공직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그린벨트 지역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항상 사표를 써놓고 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뒤따랐다. ▶그린벨트 제도가 이 땅에 도입된지 50년이 지나는 동안 '신성불가침'이었던 그린벨트였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선거철 등 민감한 시기에는 규제완화 주장도 계속 제기되었다. 특히 주택공급을 늘려서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 시책이 입안될 때마다 그린벨트의 일부 해제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수도권 지역의 주택 투기 과열에 또다시 그린벨트 일부 해제방안이 정부 내에서 제기되었으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반대로 다행이 무산되었다. 후세를 위해서 그린벨트의 무사안녕을 빌고싶다.

 

신용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