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20여 차례 보수…또 '줄줄'
최상위층 집중, 지하주차장까지
건설사 “문제해결 하겠다” 입장
▲ 2018년도에 준공된 시흥시 목감동의 한 아파트 옥상과 지하주차장, 계단 등에서 반복적으로 누수 현상이 일어나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아파트 옥상에 방수공사 흔적이 어지럽게 남아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시흥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2년여 동안 수십 번의 보수에도 누수가 계속되고 있다. 건설사는 하자가 없다는 반면, 주민들은 법적 절차까지 고려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2년간 20여 차례 보수…이번 장맛비에 또 '물 줄줄'

지난 2018년 2월 아파트 준공한 달에 입주한 나모(40)씨는 장마철만 되면 누수 문제를 겪었다. 2년 동안 보수한 횟수만 20여번이다. '누수→보수→누수' 굴레가 반복된 것이다. 이번 장마철도 어김없이 집안 곳곳에서 물이 줄줄 흘렀다.

나씨는 “수도 없이 보수했는데도 누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애초 공사가 잘못된 것”이라며 “입주했을 때부터 누수로 인한 안전사고로 늘 불안에 떨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혀를 찼다.

나씨는 2018년 3월 침실에서 누수를 겪었다. 입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날이었다. 나씨는 침실 창가 쪽 천장과 벽면이 다소 젖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준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누수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호반건설의 계열사 호반산업은 이를 부분 방수 처리했지만, 누수는 열흘 후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침실뿐만 아니라 배란다, 세탁실 등까지 물이 줄줄 흘렀다. 호반산업은 재차 부분 방수를 했다. 그렇게 누수로 보수한 것만 20여번이다.

더욱 문제는 누수를 겪는 가구가 나씨 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최상위층 가구들을 중심으로 누수가 집중적으로 일어났고, 일부 아파트의 경우 중간층에서 물이 샜다. 심지어는 지하주차장에도 물이 새 일부 자동차엔 시멘트가 떨어지는 등 피해를 겪기도 했다.

나씨는 “비 오는 양에 따라 또 비가 오는 방향에 따라 물이 젖는 정도가 다르다”면서 “공사를 할 때부터인지 보수를 할 때부터인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건설사 믿었던 주민들, “더는 못 참아”

아파트 준공과 함께 주민들이 안심하며 입주할 수 있었던 것은 '호반산업' 때문이다.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이 컸다. 하지만 입주 초부터 물이 새고, 수차례 보수를 했는데도 누수가 지속 발생하자 주민들의 불만은 터져 나왔다. 주민들은 “더는 호반산업의 독단적인 보수 조치를 믿지 못하겠다”며 “보수하더라도 어떤 재료로,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반베르디움 입주자대표회의에선 공문을 보낸 이후 보수할 것을 호반 측에 요청했다. 계속 누수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보수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요구했다. 호반의 임의적인 조치를 더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계속된다면 주민들은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주민은 이미 소송 중에 있다. 누수 문제를 비롯해 바닥 평탄화 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대위 관계자는 “주민들이 입주 이후 장마철만 되면 누수로 온갖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이전과는 달리 분명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반산업은 주민들과 협의하며 누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호반산업 관계자는 “일부 가구에서 누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보수를 한 일부 가구의 경우 더 물이 새고 있진 않다”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누수 문제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