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외로움입니다.” 박용렬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의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천지역 전체 경로당 1507곳이 6개월째 묻을 닫고 있다. 경로당을 노인들의 사랑방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노래•댄스교실 등 각종 취미•여가활동과 건강관리를 위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경로당 휴관은 65년된 '인천 경로당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노인들의 생활공간이 갑자기 없어졌으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던 친구들마저 단절됐다. 처음에는 '곧 다시 열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장기 폐쇄에도 문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노인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로당의 역할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경로당을 용도변경해 입주민을 위한 공동시설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경로당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로당 이용에 소극적이었던 노인들도 막상 경로당 문이 닫히니 갈 곳이 없어졌다. 오락을 즐기고 최소한의 문화적 혜택을 누리면서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경로당뿐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게다가 노인은 감염위험군으로 분류돼 밖에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여 차라리 집에 있는 것이 마음 편하다. '외출을 삼가고 가급적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코로나 국면에서 노인들의 방역 수칙이다. 하지만 감옥생활이 따로 없다. “집에 드러눕기만 하니까 아픈 곳이 생기는 것 같다”고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노년의 일상이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는 심각하다. 독거노인들은 그동안 경로당을 통해 먹거리와 외로움을 해결해 왔다. 뭐든지 있을 때는 잘 몰라도, 없어지면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세상 이치다. 노인들이 그것을 지금 절감하고 있다.

무더위가 다가오고 있지만 인천지역 무더위쉼터도 813곳 중 706곳(87%)이 폐쇄됐다. 방역당국은 공동체 생활에 가까운 경로당 구조상 한 명이라도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어 경로당 개관에 무척 신중하다. 노인들 스스로도 “경로당이 가장 마지막에 문을 열 것”이라고 예견한다.

한정란 한서대 교수는 “어르신들은 바이러스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라 활동의 중단과 고독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오랜 일상의 단절은 우울감의 심화, 인지능력 저하, 무기력증, 만성질환 악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수난시대다. 노인에게 닫혔던 세상의 통로가 하루빨리 열리기 바란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