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통해 상반된 주장 펼쳐
예방교육으로 막을 수 있어
제도 보완·관리체계 구축 절실
▲ 해마다 인천지역에 화학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왼쪽사진은 지난 22일 탱크로리 폭발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한 화학제품 공장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지난 2018년 가좌동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모습. /인천일보DB·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지난해 4월 나온 '인천시 화학물질 안전관리 기본계획(2019∼2023) 최종보고서'에선 지방자치단체는 관리·감독 권한이 없는 상태로 시민들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는다.

“지방자치단체는 화학사고 발생 전 지역 주민이 신속한 대피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부분과 대응에 필요한 물품을 파악하고 확보하는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관리·감독 권한이 없어 현황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라는 지적이다.

 

▲환경부, “시, 자치단체 간 역할 정립부터”

인천시는 오는 2023년까지 화학물질 안전관리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인하대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 인하대가 용역 착수 10개월 만에 내놓은 해당 보고서에선 화학물질 관리·감독이 정부에 몰려 있어 지자체 행동반경이 좁다는 문제 제기에 더해 인천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환경부 한강유역청 인력 부족 한계도 짚는다.

2019년 기준으로 한강유역청 화학안전관리단 34명이 경기권역까지 관할하면서 인천에는 1명 미만 배치됐다는 것이다. “조직 내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부분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보고서 해석이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인천지역 화학물질 취급 업체는 1190곳이다. 남동구와 서구에 약 69%가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82%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자치단체에서 달라붙어 밀접 관리·감독하고 싶어도 주어진 권한이 많지 않다는 게 시와 자치단체들 공통된 생각이다.

환경부 생각은 다르다. 환경부 의뢰로 지난해 12월 발표된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 연구 용역 사업 최종보고서'를 보면, 지역사회 화학사고 대비 체계 구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지자체 역량 부족'이다.

지난 2018년 환경부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구축 사업 대상 지자체로 선정된 인천 서구 경우 “서구는 화학 물질 이슈 때문에 지역대비체계 구축 사업을 신청해 추진했으나 광역시와 기초구 역할분담이 애매해 더 진척이 없었다”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인천시와 서구 업무 관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대부분 '인재', 막을 수 있는 사고들

지난해 3월 중구 냉동창고업체에서 암모니아 5~10㎏이 누출됐다. 냉동창고 내 낡은 배관 도색 작업을 하려고 녹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스크래치가 생겨 그 틈으로 암모니가 유출된 '작업자부주의'에 의한 사고다.

같은 해 8월, 서구에서 인쇄회로기판을 주로 생산하는 한 업체에서는 염산이 유출돼 작업자 2명이 다쳤다. 염산 외부 저장탱크에서 배관을 통해 사업장 내부 탱크로 염산을 이송하던 중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염산이 누출된 전형적인 '시설관리미흡' 사고다.

2018년 4월 소방관 1명이 다치고 8개 업체 공장이 전소돼 23억원 재산피해를 낳았던 서구 이레화학 사고 역시 '시설관리미흡'이 원인이었다. 화재 당시 이레화학공장이 환경부의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관계 기관들의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화학사고들은 대체로 '인재'다. 사전 관리·감독과 안전관리 교육이 잘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

하지만 2012년 구미 불산 사고 이후 화학 물질관리 업무가 지자체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며 지자체와 환경부 간 효과적인 안전관리 업무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교육은 총 5회로, 사업장 대표 또는 환경관리인 585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 총 1575개소의 37% 수준이다.

인천시는 “ 지자체 차원의 화학사고 예방과 화학물질 안전관리 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 보완 및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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