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100대 기업 4곳 그쳐
사실상 대형 건설사 선택지 밖

지역 업체 수주 70% 권장 조례
상위법에 어긋나 '권고'에 그쳐

대전 '전담팀' 운영·실태 조사
대구, 현장 설명회때 도급 유도
▲ 인천 부평구의 한 재개발 구역 공사 진행 당시 현장 모습. /인천일보 DB

“대형 건설사 중심의 민간사업 발주처와 협력업체 관계 속에서 인천 업체의 하도급률을 올리기가 힘들다.” 취재를 위해 얘기를 나눴던 인천 몇몇 하도급 업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주로 서울과 경기에 포진한 대형 건설사들이 인천 현장에서 꾸리는 팀 내 팀원(협력사)이 되려면 지역 업체들은 돋보이는 기술력이나 특출난 원가 절감을 보유해야 한다. 문제는 이에 도가 튼 하도급사들이 수도권에 즐비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사 중 인천 4곳 전부

대형 건설사 입장에선 협력사와 손발이 맞아야 비용 절감, 공사 기간 축소 등 효율성을 확보하는데 아무래도 주변부터 물색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의 본사 위치를 확인했더니 인천 기업은 4곳 정도였다. 서울이 절반 넘는 51곳, 경기는 12곳이다. 수도권 왕래가 1~2시간이면 가능한 상황에서 인천 하도급사들이 서울·경기 대형 건설사와 일하려면 획기적인 기술력과 눈에 띄는 협상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실정에선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고존수 의원이 발의한 '인천시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및 하도급업체 보호에 관한 조례'를 통해 지역 건설산업에 참여하는 건설업자에게 인천 지역업자에 대한 하도급 권장 비율을 기존 60%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조례에선 지역 업체 하도급 비율을 높이라는 '권고' 정도라 강제성은 없다.

고존수 의원은 “현행 행정안전부 예규에는 하도급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시 조례에서 하도급 비율을 강제하면 상위법에 어긋나게 된다. 그래도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시 집행부들과 지역 하도급률 높은 대형 건설사 등에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 안을 논의하며 지역 업체 살리기에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 21일 현대, GS, 포스코건설 등 10개 대형 건설사와 두 번째 벌인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많게는 50~60%까지 지역 업체와 손잡겠다고 말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며 “연말쯤 계획 중인 3차 간담회에선 더 진전된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제력 없는 조례, 핵심은 행정 의지

민간 건설업체에 지역 업체 하도급을 강제하기는 법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각 시·도별 지역 업체 하도급률에 차이가 나는 까닭은 결국 행정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시가 대표적 사례다. 대전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를 보면 인천과 마찬가지로 지역 하도급 관련 문구는 대부분 '권고'에 그친다. 대전시는 지역업자 하도급 비율이 60% 이상으로 인천시 조례에서 권고하는 70%보다 오히려 낮다.

하지만 대전은 2019년 민간 부문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이 65%에 달한다. 연면적 3000㎡ 이상 민간 공사장 70여 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수치다.

대전시는 2015년 시 주택정책과 산하 '도급관리팀'을 만들었다. 인천시는 건설심사과 건설관리팀에서 도급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전시가 마련한 '2020년 민간건설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 지원계획'을 보면 시는 4개 분야 18개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핵심은 꾸준한 현장 관리다. 시는 분기별로 민간 공사장 지역 하도급 실태를 조사하며 지역 업체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대구시는 하도급사를 지역 업체로 구성해서 현장 설명회에 참여토록 대형 건설사에 주문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장 설명회 참여를 못 하도록 해 입찰 참가를 막고 있다. 경기 평택시는 하도급 업체를 포함한 건설업체에 지게차와 굴착기, 자재, 심지어는 식당 이용 영수증을 요청하며 지역 업체 챙기고 있다

유지은 대전시 주택정책과 도급관리팀장은 “현장에 정기적으로 나가 시 하도급 시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주요 업무”라며 “행정은 지역 건설업 관련 단체와 현장 간 가교 역할이다. 전담팀을 만드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원진·이창욱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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