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영 '구성원간·지역사회와의 소통·협력' 강조
인하대 국제화·항공대 특성화·인하공전 기술 '비전'
9월 항공우주융합캠퍼스 개교…고등교육 수출 확대
“코로나 위기…인하대 인재 활용 경제 활로 찾았으면”
▲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이 “인천이 내세울 것은 세계적인 항만과 공항”이라며 물류중심 도시 육성과 인천경제의 활로를 설명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chuk@incheonilbo.com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6개의 학교와 1개의 대학병원을 두고 있다. 인천 인하대와 인하대부속병원, 인하공업전문대학, 인하대 부속 중·고교, 정석항공과학고다. 경기도 고양시에 한국항공대가 있다.

정석인하학원 이사회는 지난해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후 한 달 정도 공백상태였던 이사장에 현정택(71)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선임했다. 이사장이 된 지 1년여가 지났다. 현 이사장은 여성부 초대 차관을 거쳐 2003년 인하대 교수로 부임해 정년퇴임했다. 그는 스스로 대학교수가 어울린다고 하지만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을 거치며 국제 감각이 뛰어난 정통 경제 관료로 평가된다.

인하대는 오는 9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4공구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항공우주융합캠퍼스의 문을 연다. 내년에는 11-1공구 22만7300㎡의 부지 대금을 완납하게 된다. 인하대는 본격적인 송도캠퍼스 청사진을 펼친다.

13일 서울 중구 봉래동 한일빌딩 12층 정석인하학원 집무실에서 현정택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대학 총장은 장관이고, 교수들은 국회의원”이라고 비유했다.

▲그만큼 대학경영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사장보다 총장이 더 어려운 이해관계를 겪게 되겠지만… 대학은 다른 집단보다 특수하고 복잡한 부분들이 많다. 각 구성원의 주장과 생각은 사뭇 다르고 다양하다. 학생, 교수, 총장, 재단 그리고 지역사회의 소통과 협력이 출발점이다.

 

-교수로 있었던 인하대는 요즘 어떤가.

▲인하대의 위상을 끌어올려야 한다. 1954년 개교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많이 차이가 난다. 수도권 대학이라고 하지만 간혹 정부의 편중된 정책으로 희생양이 된다. 지방대학 육성 정책에서는 당연히 제외되고 있다. 단순히 서울 소재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학생들의 선호도에서도 점수를 내주게 된다. 극복할 사안이다.

 

-재단 소속 학교들의 발전 방향은.

▲인하대의 비전은 국제화다. 제4차 산업혁명과 연결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특정 학과에 국한된 연구·교육이 아니라 인문사회, 디자인 분야 등 다각적인 융합 학문을 육성하고 특화해야 한다. 인하대는 우즈베키스탄에 타슈켄트인하대(IUT)를 설립하고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한민국 고등교육 수출 1호다. 최근 아제르바이잔 바쿠공과대학과도 협력에 들어갔다. 국제화가 방향이다. 인천의 지리적 입지를 보면 물류·통상 모두 국제화 영역 아닌가.

항공대는 특성화 대학으로 기반을 갖췄다. 국내외 항공 이슈 등과 관련해 교수들의 전문성과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지원하는 성과평가대회에 인하공전이 선정됐다. 인하공전은 전국 대학을 초청하는 평가대회에서 로봇 경연 등 혁신적인 대학 운영사례를 소개했다. 전국 대학에서 참가한 교수, 학생들이 벤치마킹했다. 이처럼 인하공전은 테크니컬 칼리지다. 이 강점을 살려 나갈 생각이다.

 

-코로나, 경제가 우려된다.

▲할 말이 많은 질문이다. 한국경제의 기본적인 '밥그릇'은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개방경제를 통한 수출이다. 코로나19로 기원전(BC, Before Coronavirus)과 기원후(AD, After Disease)로 구분되는 세상이다. 당장 국제여객 수가 90% 이상 감소했다. 충격적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질서에 따라 수출 역량을 발휘했다. 이제는 공급망분리(decoupling)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는 미·중 두 진영의 눈치를 보게 된다. 세계 경제 진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인하대 앞에서 오랫동안 기업 활동을 했던 동양화학 인천공장(OCI)도 철거됐다. 개발지역에 대체할 산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인천 차이나타운과 같은 소비시장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천이 내세울 것은 세계적인 항만과 공항이다. 송도신도시는 국제기구도 여럿 입주하는 물류 중심 도시다. 생화학, 바이오, 디지털 분야의 첨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인하대가 지닌 우수한 인적 자산을 활용해 인천경제의 새 활로를 찾았으면 한다.

 

-대학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사람 경영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예를 들어 KDI는 박사급 인력 등 수조 원의 인적 자산이다. 이들을 연계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가치는 매우 크다. 스포츠구단도 고액연봉자가 아니라 선수들의 유기적 관계가 구축돼야 강팀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순자산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아무리 훌륭한 박사들을 초빙한다고 해도 결국은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성과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내년 인하대 송도캠퍼스 토지대금을 완납하게 되는데.

▲토지대금을 완납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조해 계획한대로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그동안 중앙이나 시 정부와 교류하고, 경험이 많아 발전적인 의견을 내놓은 분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지만, 곧 토지대금을 완납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조해 계획한대로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또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캠퍼스 조성 부지 인근에 인천시,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조한 항공우주융합캠퍼스가 조성됐다. GE, 에어버스 연구센터도 들어온다. 인하대의 항공우주·메카트로닉스·기계공학과 등 3개 학과와 제조혁신전문대학원이 이전해 500여명의 학생과 연구진이 생활하게 된다. 송도국제도시는 바이오 헬스 벨트다. 인하대 송도캠퍼스는 바이오 헬스, 바이오 융합공정 등 이런 분야의 거점 대학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사립 재단들이 법정부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가.

▲초·중등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과 비교해 보면 대학 등록금 수준만으로 대학 재정을 꾸려가기란 매우 힘들다. 전국 대학의 현실이다. 대학입시의 형평성 차원을 앞세우다 보면 고등교육을 정상 수준으로 이끌기 어렵다. 재단의 부담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이 전국적인 실상이다. 정석인하학원은 법정부담금 100%를 완납하고 있다. 우리 재단을 돕는 그룹사들과 후원자들의 노력이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어떤가.

▲인력개발을 고민해야 한다. 초·중·고와 고등교육에 이르는 모든 것이 대학입시 교육에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대학 무슨 학과를 나왔는가에 매달린다. 항상 수능시험, 입시교육으로 귀결되는 것이 안타깝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대학입시를 공정성·형평성 문제로만 풀어서는 안 된다. 이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BTS처럼 세계적인 그룹이 나오고 유명 셰프 등이 주목받는 세상이다.

또 싱가포르, 홍콩 등은 세계 유수 고등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지역에 CEIBS(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MBA과정을 운영한다. 고등교육 체제는 국제적 시각이 중요하다.

 

-'쓴소리 현정택'이라 하던데.

▲KDI 원장으로 있을 때다. 한 인터뷰에서 '좋은 의사는 환자가 원하는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처방을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말 때문에 주위에서 '쓴소리 현정택'이라는 말을 들었다. 요구에 대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최선을 다하자'를 자주 새긴다.

인천과 자주 교감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인하대 송도캠퍼스에서 새로 이뤄지고 있는 일들에 열심히 나서겠다. 인하대병원의 지역 서비스도 잘 챙기겠다.


/인터뷰·글 김형수 논설주간 khs@incheonilbo.com

 


 

▲현정택 이사장은

1949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했다. 서울 경복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MIT경영학석사,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1991년 주 중국대사관 참사관을 거쳐 재정경제원 국제협력관·대외경제국장,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경제공사로 일했다. 2001년 여성부 최초 차관을 지냈다. 김대중(DJ) 정부에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후 2003년 인하대 경상대학 국제통상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경제통상대사, 제12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역임했다. 2010년 무역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정책조정수석을 역임하며 역대 정부에서 소신과 원칙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제9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5월부터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