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비상시국회’에 참가한 인천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이 22일 오전 출범식에 앞서 개최된 대표자회의에서 시국회의 출범 준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오후 2시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무너져 내렸다. 북측이 설치한 500 Kg의 폭약이 터지면서, 남북화해의 상징이던 연락사무소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6월 4일 남측의 탈북민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을 둘러싸고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 부부장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곤 5일 뒤인 6월 9일 남북의 모든 연락선을 차단한 후, 16일 오후 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시켰다.

북측은 이어 대남 삐라 살포와 확성기 설치, 개성과 금강산 등에 군사력 투입 등 대남 대적관계 조치를 공언했다.

다행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보지시로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교류 가로 막는 한미워킹그룹

북측 불만의 한 중심에는 한미워킹그룹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었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 2019년 1월 무산된 대북 타미플루 지원 사례를 보면, 김 부부장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시 남측은 북쪽에서 독감이 대대적으로 번지자 인도적 지원 사업으로 타미플루 20만 명분과 독감 신속진단키트 5만개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미워킹그룹은 타미플루를 싣고 갈 트럭을 문제 삼았다.

약품 지원은 괜찮지만 트럭은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가로막은 것이다.

우리 쪽에서 “트럭은 약품을 내리고 돌아온다”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북쪽의 독감이 수그러들 때까지 실랑이가 계속되자, 결국 북쪽에서 약품을 받기를 거부해 이 사업은 무산되고 말았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서도 한미워킹그룹의 지나친 간섭이 계속되면서 급기야 북한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남측의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미온적인 대북정책에 대해 연일 비판을 쏟아 냈다.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실천에 옮긴 것이 무엇이냐”며 “미국의 눈치만 보면서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은 게 대북 정책의 민낯”이라고 질타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금강산, 개성관광 재개'를 제안했을 때도 남측은 한미워킹그룹의 눈치만 보며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한미워킹그룹이 조선총독부라도 되느냐?”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인한 한반도 군사대치 상황 악화 우려

한미연합군사훈련도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우리 정부와 미국의 입장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8월 중에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좁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지난 1일 한미동맹포럼 강연에서 “한미연합훈련은 연합 방위태세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도 지난 19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한반도 긴장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훈련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사항 중 그나마 지켜져 온 분야가 9.19 군사합의라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남한과 미국은 군사합의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 든 합동훈련을 계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F-35F를 비롯한 최첨단 무기를 크게 늘리는 등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군비증가에 나섰다.

그 덕분에 문재인 정부 당시 세계 12위의 군사력은 6위로 뛰어 오른 반면, 2019년 세계 18위였던 북한의 군사력은 25위로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시 북한 점령 훈련'까지 담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다면 북측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인천비상시국회의 출범

이처럼 칼날 위를 걷는 듯한 남북 간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전국 각지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인천에서도 지난 22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천시국회의'가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인천지역 42개 단체가 참여한 시국회의는 결의문을 통해 “2018년 남북정상 회담의 환희는 사라지고 절망적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음이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북 평화분위기가 뒷걸음치는 중심에는 한미워킹그룹이 있다”면서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남북정상회담 국회비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국회의는 '남북정상 합의이행을 방해하고 자주적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외세의 간섭을 강력히 돌파한다'는 목표 아래, 전국의 시민사회 통일단체들과 연대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정찬흥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