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로 도배된 월미등대]

관광객 “명소 제대로 관리해야”
해수청 “2년에 한번 전면 도장
추억 남기는 행위 막긴 어려워”
▲ 월미도 등대길을 찾은 관광객이 등대 외관에 쓰인 낙서를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다.

 

“이 정도면 아예 등대 옆에 펜이나 매직을 가져다 두지 그래요.”

최근 월미도를 찾는 관광객 사이에서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월미도 등대길'의 등대 외관이 각종 욕설이 난무한 낙서로 도배돼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주말이었던 11일 등대길을 찾은 관광객들은 등대 외관의 낙서가 등대길 조성 취지와 낙조 풍경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등대 외관은 관광객들이 남긴 낙서로 빼곡했다. 특히 욕설이 담긴 낙서가 크게 쓰여 있어 관광지의 흔한 풍경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에서 관광차 월미도를 찾았다는 A(65)씨는 “등대길을 걸어오면서 월미도의 아름다운 낙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는데 정작 길 끝에 등대가 낙서로 도배된 모습을 보니 김이 샌다”며 “좋은 관광지를 만들어 놨으면 전국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5일 중구에 따르면 월미도 등대길은 지난 2017년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협의를 거쳐 관광 시설물의 일환으로 조성했다. 월미도 등대는 높이 9m 규모로 인천항 갑문에서 월미도 앞바다 방향으로 등불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등대길 벽면에는 과거 개항장이었던 중구의 역사가 담긴 사진을 전시해 관광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길을 걸도록 했다. 야간에는 등대길 일대에 설치된 조명이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등대길이 드라마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온라인상에는 월미도에서 꼭 가볼 만한 명소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등대길 외에 등대 관리권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갖고 있다.

중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난해 4월에도 등대 외관 낙서와 관련된 민원이 한차례 들어왔었다”며 “해수청에서 등대 관리를 하고 있어 유지·보수 권한이 따로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2년에 한 번씩 등대 전면 도장을 하고 있다. 관광객에게 등대를 개방한 만큼 추억을 남기는 행위를 막기는 어렵다”며 “향후 국립해양박물관이 조성되면 관광지 연계 차원에서 등대를 개축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