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업적 상쇄한 미투·죽음
▲ 밝고 어두운 명암明暗은 본래 하나인데, 한 글자로 쓰면 冥(명)이다. /그림=소헌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박원순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비서에 대한 성추행혐의로 피소된 것이 화근이었다. 그가 남긴 수십 년 희생과 업적이 미투(Me-Too)로 상쇄하는 모양새를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겠지만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납득할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_ “조선 사람을 죽였다고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니고, 일본 사람과 싸웠다고 독립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독립군을 소탕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알려진 백선엽 장군의 사망에도 빛과 그림자(明暗)가 드리웠다. 그의 시신을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와 그럴 수 없다는 견해가 상충하고 있다.

사이축장(死而築墻) 죽음으로 더 높은 담을 쌓다. 유가儒家에서는 조문하지 않는 세 가지를 명시했는데, 그 하나는 ‘잘못을 저지른 후 두려워 목숨을 끊는’ 경우다. 박 시장은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해칠 소지와 무책임한 정치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평생 등 뒤에 권력을 두고 부와 명예를 누린 백 장군의 담도 높다. 가는 날까지 과오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 두 사람의 죽음은 인민 안에서 깊은 골을 파고 높은 진영陣營을 두르는 결과를 낳았다.

 

明 명 [밝다 / 밝히다 / 명백하다]

①明(명)은 원래 창가(_경)에 달빛(月월)이 비추는 정도의 밝음으로 쓰였는데, 해(日)와 달(月)이 함께 있으니 더 밝다는 뜻으로 밝기가 증폭되었다. ②처음에는 해와 해를 더한 _(밝을 훤)이 明이라는 뜻을 지녔다. ③눈(目목)이 밝아서 달빛(月월)에서도 시원하게 잘 보는 글자는 _(밝을 명)이다.

 

暗 암 [어둡다 / 숨기다]

_①해(日)가 지면 어두워져 얼굴을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소리(音음)를 내어 사람이 있음을 알려야 하는 글자가 暗(어두울 암)이다. ②남이 알아채지 못하는 ‘몰래’라는 뜻도 있다. ③칠흑(黑흑)같은 밤을 뜻하는 _(검을 암)은 어두운 모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였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들어섰을 때나 반대로 처해졌을 때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명암明暗은 행복과 불행의 공존이며 선과 악의 변곡점이기도 하다. 明暗은 서로 다르면서 같다. 마치 삶과 죽음은 하나인 것처럼. 이것을 증명하는 글자가 바로 冥(어두울 명)이다.

①冥(명)은 십(日) 육일(六)이 되면 달이 가려져(_덮을 멱) 이지러지기 시작하면서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암시한다. ②冥(명)은 어두운 어머니의 자궁(_)에서 나와 햇빛(日)을 보는 아기를 받는(六._공) 것이며 ③죽은 사람의 하얀 얼굴(日)을 손수건으로 덮고(_) 두 손(六._)을 잡은 모습이기도 하다. 깊고 어두운 곳으로 편히 가도록 명복冥福을 빌어주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로 나뉜 ‘남북의 담’도 모자라 망인亡人의 명암을 정쟁으로 삼아 정당끼리 계파끼리 갖가지 담장을 쌓고 있다. 그래서 어느 편에 서려고 하는가? 권력은 유한有限하고 민족은 무한無限하다. 지금은 ‘무슨 주의’나 ‘무슨 사상’에 가려 주변국들보다 어두운 처지에 있지만, 통일을 이루어 밝게 되면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그때 당신은 몇 개나 담을 쌓았는가?”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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