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갯벌 훼손 노선 재검토 의견에도 '원안대로' 확정하자 대책위 반발

송도갯벌을 가로지르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에 대해 인천시가 '원안 추진' 입장을 확정하자 “공식 기구인 습지보전위원회를 무시하며 입맛대로 협치하는 행정”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제협약인 람사르습지를 훼손하는 국내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원회'는 13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시 습지보전위원회가 전면 재검토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인천시는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노선안 수용 결정을 했다”며 “협의기구와 시민사회 의견을 무시한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일보 7월10일자 1면>

인천 2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대책위는 “습지와 관련한 자문·심의기구 역할을 하는 습지보전위원회의 공식적 의견마저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습지보전위는 부시장이 공동위원장, 해양항공국장·환경국장이 부위원장을 맡은 시 공식 기구다. 습지보전위원인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시는 2009년 송도갯벌을 제1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놓고 스스로 훼손하려고 한다”며 “협치를 강조하지만 시장 공약에만 몰입해 입맛대로 협치하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해상 교량을 건설하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람사르습지를 훼손하는 오명을 뒤집어쓴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람사르협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지키겠다고 약속한 송도갯벌”이라며 “국내에서 토목사업으로 람사르습지를 훼손한 사례는 없다”고 했다.

대책위는 국토교통부의 5개 후보 노선 중 현재 안이 가장 넓은 송도갯벌을 훼손한다고 우려한다.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을 통과하는 제2순환선 김포~파주 구간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교량에서 터널로 설계가 변경되기도 했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해저터널이나 습지를 우회하는 후보 노선이 있었는데도 안이하게 검토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 도시재생건설국 관계자는 “기존 도로와의 연결, 경제성 등을 고려하면 현재 노선이 불가피하다”며 “람사르습지는 도로망계획 선정 이후 지정됐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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