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뽑아줬는데,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애먼 짓을 하고 있어서다. 오죽하면 남은 임기 2년을 앞두고 지역에선 벌써 인물 교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의회에 대한 지역 여론이 들끓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리다툼이다. 의회는 4년 동안 전·후반기로 나눠 의회를 이끌 의장단을 구성한다. 의장단에 이름을 올리면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는 등 혜택도 많다. 각종 행사장에서 얼굴을 알리는 데도 큰 도움이 돼 다음 선거에 유리하다.

이러다 보니 감투싸움이 치열하다. 1991년 4월15일 개원 이후 매번 그랬다.

제5대 의회는 더 심각하다. 시의원 규모는 개원 이후 가장 적다. 더불어민주당 5명, 미래통합당 2명 등 총 7명이다.

민주당이 보수 텃밭인 포천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때문에 의장단 구성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한발 앞섰다.

실제 전반기는 민주당이 의장단을 모두 독차지했다. 최고령인 조용춘 의원은 의장에 당선됐다. 강준모·연제창 의원은 부의장과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후반기도 전반기와 다를 바 없었다. 유리한 쪽은 민주당이다. 그런데 집안싸움이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반기 동안 겉은 같지만 속은 다른 행동을 보였다. 갈등도 심했다.

조용춘 의장은 무시당했고, 손세화 의원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등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서로 화합하지 못한 결과다. 이러면서 후반기 의장단 구성에 차질이 생겼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조용춘 의장은 후반기 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강준모·박혜옥·연제창 의원도 의장단 욕심을 냈다. 민주당 의원 5명 중 손세화 의원을 제외한 4명이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이때부터 의장단 선거는 복잡해졌다. 모두 초선 탓인지 진두지휘할 의원은 아예 없었다. 게다가 강준모·박혜옥·연제창 의원이 찬물을 끼얹졌다.

조용춘·손세화 의원을 빼고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논의한 것이다. 심지어 통합당에 의장단 자리를 제안하며 손까지 내밀었다.

의장단 욕심을 버린 통합당으로선 달콤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야당 몫은 없었다. 대신 후반기 의장단은 강준모 의장, 박혜옥 부의장, 연제창 운영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러자 통합당은 지난 1일 의장단 선거에 앞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민주당 의원들을 비난한 뒤 본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결국 선거는 6일로 연기됐다. 후반기 첫날부터 파행이다. 그런데도 시의원들은 서로 소통하지 않고, 잘못을 따지는 등 감정싸움에 몰입했다. 그러면서 후반기 의장단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의장 선거 출마를 포기한 조용춘 의원과 손세화 의원, 통합당 의원이 한데 뭉쳤다.

그 결과, 손세화 의원은 의장에 당선됐다. 전국 최연소 여성 의장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통합당 송상국·임종훈 의원은 부의장과 운영위원장에 뽑혔다. 반전에 반전이다. 승자와 패자 모두 박수받지 못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의장단 구성은 이렇게 끝났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의회가 주민의 대표기관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시민들이 의회에 바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니다. 시민을 위한 정치다.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2022년 6월1일이다. 이제 2년 남았다.

정치인의 생명은 민심이다. 시민과 공감하고 신뢰받는 의회가 되길 바란다.

 

이광덕 경기 북부취재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