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말소 등록일부터 9개월 이내
수출이행 여부 신고해야 하지만

인천시, 코로나로 시장 무너지자
지자체에 업체 과태료 면제 지침

감시망 밖 차량 범죄악용 가능성
▲ 인천지역 지자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수출길이 막힌 중고차 수출업체를 위해 '수출 이행 여부 미신고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면제 해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2일 인천 연수구 중고자동차 수출단지 모습.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지역 지자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수출길이 막힌 중고차 수출업체를 돕기 위해 특정 기간 수출 이행 여부 미신고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면제해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소 수천대의 수출용 중고차가 행정당국 감시망에서 벗어나 무적 차량, 즉 '대포차'로 쓰일 가능성이 커져서다.

12일 인천시와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인천 10개 군·구는 최근 시에서 내려온 '중고차 수출 이행 여부 신고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지침'에 따라 일부 수출용 중고차를 대상으로 과태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구체적 면제 대상은 2019년 6월12일부터 올해 3월11일까지 수출 목적으로 차량 등록 말소를 신고한 중고차다. 3월1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날이다.

자동차관리법은 '말소 등록일부터 9개월 이내' 수출 이행 여부를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시는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전 세계적 재난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수출 절차를 밟은 점을 고려해 팬데믹 선언일을 기준으로 9개월 전까지 등록 말소를 신고한 중고차에 대해 과태료를 면제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중고차 수출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인천에선 수출용 중고차 25만8634대의 등록이 말소됐고, 중고차 29만7000대가 인천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됐다. 올해 들어서도 1월과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중고차 수출량이 각각 3.9%, 11.6% 증가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된 3월에는 22.7%(7926대)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는 73.4%(1만6964대)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에는 800여개의 수출업체가 들어서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해외 바이어 95%가 본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길이 막힌 중고차가 수출단지에 쌓여 가면서 수출업체들의 과태료 부담도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국중고차수출조합이 정부와 시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가 일선 지자체에 과태료 면제 지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침을 두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태료 면제 대상인 중고차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수출이나 폐차 또는 신규 등록을 하지 않아도 어떠한 행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결국 행정당국 감시망 밖에 있는 차량들이 대포차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올 3월 등록이 말소된 수출용 중고차가 1만9263대란 점을 고려할 때 최소 수천대가 그 대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태료가 면제된 중고차를 그대로 놔두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폐차나 신규 등록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업자 중 누군가는 딴마음을 먹고 중고차를 대포차 등 엉뚱한데 사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