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레드쥬얼·체리새우 등 확인
서식지 상류 기업 온폐수로 생존
물고기 유기족에 늘어난 가능성
/구피천 사진

 

지난해 남미 열대어 '구피(guppy)'가 서식하면서 화제를 낳았던 '구피천'에 최근 여러 종의 열대어가 추가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년이 지난 지금 구피와 함께 각종 열대어가 하천에서 더부살이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12일 환경부와 이천시, 주민 등에 따르면 이천시 부발읍 죽당천 상류 500m 지점에서 구피뿐만 아니라 새로운 열대어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구피와 더불어 열대어 중 가장 대중적인 플래티와 수놈의 등지느러미 모양이 돛(sail)을 닮은 세일핀몰리 등이다. 특히 대만에서 서식하는 '체리 새우'와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레드쥬얼, 스위드테일 등의 존재도 확인되고 있다. 이미 지역을 넘어 물고기동호회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회자하고 있다.

열대어는 통상 수온 20~25도에 사는 외래종으로, 브라질 등 기온이 높은 곳에서만 서식한다. 한국은 겨울철 수온이 15도 아래로 떨어져 생존할 수 없다.

하지만 서식지에서 상류 약 300m 떨어진 지점에 기업들의 온폐수 배출구가 있다. 이 배출구에서 나오는 온폐수 수온은 27도여서 겨울철에도 높은 수온을 유지할 수 있기에 '생존'이 가능했다.

사실 다른 열대어들도 구피가 서식이 확인된 1년 전부터 살고 있었다. '국립생태원의 2019년 외래생물정밀조사 자료'를 보면 죽당천에는 구피 600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레드쥬얼, 세일핀몰리, 플래티 등도 서식이 확인됐는데, 개체 수는 모두 합해야 고작 30마리도 안 됐다. 그런데 1년 사이 낚시꾼 손에 잡힐 정도로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 이날 시민 5∼6명이 열대어를 잡기 위해 구피천을 찾았다. 여주에서 온 김모(36)씨는 “구피뿐만 아니라 열대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이와 함께 잡으러 왔다”고 했다.

환경부와 이천시는 열대어가 늘어난 원인을 '물고기 유기족'에서 찾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구피천이 화제가 된 이후 이곳에 관상용 물고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관상용 물고기 대부분은 열대어인데, 살기 적합한 환경이다 보니 계속 번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생태계 교란 우려는 없는 상태다. 이 열대어가 죽당천 상류 500m 지점을 벗어나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즉 열대어를 위한 큰 어항과도 같은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번식력이 강하지만 상류 500m 부근을 제외하고는 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수온이다. 설령 여름철 하류까지 내려간다 해도 겨울이 되면 모두 다 죽는다”며 “배스 등 생태교란 종과 달리 환경에 큰 영향도 미치지 않는 어종”이라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