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에서 공단지원센터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로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다./연합뉴스
▲ 1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에서 공단지원센터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로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대북정책을 이끌어갈 안보라인이 중량급 정치인을 중심으로 새롭게 꾸려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86세대 선두그룹인 민주당 송영길(인천 계양을) 의원이 맡았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대북정책 핵심이 돌파력을 가진 비중 있는 정치인들로 교체된 것이다.

이번에 발탁된 인사들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북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갈지자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가, 이들의 주도로 새로운 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한 이유도, 우리 정부의 안보라인 교체로 인해 자신들의 대북정책 주도권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된 5선의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다.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벌이다 정계에 뛰어든 송 위원장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 때 정보위원회, 20대 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약하며 외교와 대북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고, 그해 8월에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다음 해 9월에는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 특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은 현재 유엔 안보리로부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하고 경제집중노선으로 가겠다고 천명한 북한을 상대로 이런 제재를 유지하면 비핵화 설득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협상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가 위기를 모면하는 일시적 이벤트로 접근하면 북한이 경계할 것이고, 진지하게 진전된 안을 제시하면 대화에 나올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오는 8월 연합훈련이 있는데 북한이 반발하는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7월 3일에는 이인영 국회의원(4선)이 통일부장관, 박지원 전 국회의원(4선)이 국가정보원장, 서훈 국정원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각각 발탁됐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한미워킹그룹에 매여있는 대북정책을 일정 부분 우리 정부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인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워킹그룹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가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북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한 뒤,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 개선 로드맵에 대해 △남북·북미 간 대화 복원 △지체 없는 인도적인 교류와 협력 개시 △남북 간 합의사항 실천 등을 제시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번 인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박지원 전 국회의원의 발탁이다.

박 후보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북정책 전문가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성사시키고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을 끌어낸 주역이다.

이번에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서훈 국정원장도 당시 국정원 실무자로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시키는데 박 후보자와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경색된 남북, 북미 관계를 돌파하기 위해 한때 불편한 관계였던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에 지명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을 수행해 2018년 4.27 판문점회담, 9.19 평양회담 등 2차례의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했다.

 

#임종석·정의용 외교안보특보

문재인 대통령의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외교안보특보로 임명한 점도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과제

북측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남측이 안보라인을 교체한 지 하루만인 4일 담화를 통해 “조·미 대화를 정치적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단지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면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식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부터 중단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6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18년 9.19 군사분야 합의를 통해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군은 2019년 3월과 2020년 4월 등 '두 번이나 훈련을 벌였다'면서 “남한이 군사합의를 얼마나 훼손하는지를 북측이 쳐다보고 있는 만큼 올해 훈련은 우리가 나서서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흥 논설위원·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